내게 열이 난다면, 기침을 한다면?
박 기자의 함께걸음-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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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수가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10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데요. 그런 와중에 안타깝고, 또 결코 남일 같지 않은 소식도 접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명부 작성과 QR코드 체크 등이 중단되면서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면밀하게 파악하기도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확진자이고 누가 밀접적촉자인지, 격리대상인지도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조금이라도 주변에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나오거나, 본인에게 감기 비슷한 증상만 나타나도 ‘혹시?’ 하는 걱정부터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장애인은 확진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엉터리라고는 하지만 자가진단키트라도 해봐야 그나마 마음이 편할 텐데, 시각장애인은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어찌어찌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한다고 해도 혼자서 그것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용방법도, 검사 결과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또한 선별진료소나 병원에 가기 위해서 장애인콜택시를 접수해도 배차를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검사가 목적이기 때문에 장애인콜택시 기사를 비롯한 다른 장애인 이용자들에게 감염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장애인은 평소 병원에 갈 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콜택시조차 이용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지난 주에는 선별진료소로 향하던 시각장애인이 길에서 사망하는 사건도 접했고, 시각장애인이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입했지만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은 집으로 방문검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휠체어를 타고 힘들게 선별진료소로 가서는 검사를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맞는 검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거부 이유입니다.
사실 저도 요즘 이런 상황이 정말 걱정입니다. 지난 주에는 저랑 가까이 있는 사람이 양성 반응으로 확진 판정을 받아서 저도 처음으로 자가진단키트를 사서 검사를 해보았어요. 그런데 양성/음성 결과를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자가진단키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솔직히 이젠 오미크론이 어떤 증상이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데, 실제로 저한테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020년에 처음으로 코로나 의심 증상이 온 적 있는데(음성이었지만) 밤 12시가 넘어서 (제가 통화를 못하니까)지인이 119에 신고해 준 적이 있었어요. 또 그렇게 해야만 하나 싶지만, 병원이나 선별진료소에 간다고 해도 장애인에 대한 검사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거부당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기도 합니다. 물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겠죠.
2월에 행정업무를 보느라 3월에 취재가 많이 몰려 있는데 정말 큰일입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서울 거리와 지하철역을 오가면서, 이젠 확진된다고 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겠죠. 확진이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확진된 이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게 가장 큰 걱정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접해본 뉴스를 보면, 적어도 장애인에 대한 치료나 검사 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게 최선의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요즘은 운동을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체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유산소와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죠.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지금까지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온 만큼,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버텨내고, 또 살아내고 싶습니다.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듯이 저도 마찬가지고, 장애인들도 마찬가지겠죠.
코로나에 확진되었을 때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이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수치를 증거로 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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