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토론회, 그래도 놓을 수 없는 기대
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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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애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그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그 이슈는 어제(13일) 오후 JTBC <썰전라이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일대일 공개토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박 대표가 생방송 공개토론이 처음인 반면 이 대표는 정치인으로 토론은 물론 소위 미디어언어에도 능숙하다. 그래서 토론회 이전부터 이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토론회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래도 장애계에서는 이번 토론회에 대한 우려만큼 기대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박 대표가 토론회를 잘하고 못하고 여부를 떠나서 토론회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고, 또 이로 인해 앞으로를 전망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시민들의 아침을 불모로 삼는다고, 이는 문명적이지 못하다고 개인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 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은 시민들에게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야기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장애인을 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는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장애계(정확하게는 박 대표)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장애계에서 이번 토론회에 기대했던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토론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적어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21년동안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시위와 투쟁을 해온 박 대표라지만, 생방송 공개 토론회가 처음이라는 점 때문인지 토론회 준비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장애계에서 기대했던 것처럼 장애인 이동권이 생존권과 기본권인만큼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이고, 그만큼 시위보다 토론회가 더 임팩트있는 자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그저 이 대표의 발언이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주장에 집중하기보다 논리적이고 데이터화된 주장을 준비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21년동안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장애인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망하고 다쳤는지 등의 자료는 21년동안 활동한 박 대표라면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심지어 <함께걸음>에도 충분히 자료가 쌓여 있다.) 그런 사실들을 모아 박 대표가 주장을 하면서 뒷받침되는 논리로 제시했다면, 이 대표가 아무리 토론의 고수라고 한들 시청자에게만큼은 장애인 이동권의 중요성과 현재 처한 문제점을 출근길 시위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5월 초에 다시 토론하기로 했다는데, 그때는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과 문제점을 좀 더 상세하게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도살장’에 가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쉽지 않았을 박 대표에게 응원의 마음도 덧붙인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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