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돈 받으면 성심성의껏 일해야죠.”
박기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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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폭행이나 학대사건이 뉴스로 보도되어도 이젠 국민들에게 염전노예사건 때처럼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 분위기다. 그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는 게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도 광주, 전남 화순, 경남 밀양 등지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한 폭행(성폭행 포함)과 학대, 그리고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일어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의 조사에 기자도 취재로 함께 다녀왔다.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 폭행과 학대를 당한 지적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2박 3일의 출장기간을 꽉 채우면서 만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나 정책적인 부분은 정말 많다. 권익옹호기관이나 센터를 시작으로 옹심이, 인권지킴이가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나 각 지역마다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내에도 장애인 권익옹호팀이나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나 팀이 있다.
이렇게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그 권익을 옹호받지 못한 채 폭행을 당하고 학대를 받는다.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결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이번에 출장을 가서 만난 사람들이 한 이야기 중에서 유독 기자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한 마디’가 있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지적장애인의 형인데, 부산 사투리로 말하면서도 종종 감정이 북받치는지 자리에 계속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서서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것이다.
“마 돈을 받으면 그만큼 성심성의껏 일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하겠냐 싶을 정도로 그의 이 한 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가족 중 누군가가 폭행과 학대를 당해서 고통스러워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구제해주지 못한다면 누구라도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다. 한시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흥분한 나머지 일어서서 이야기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분노로 울먹이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와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다. 폭행이 일어났다는 곳의 CCTV와 같이 실효성이 있는 증거가 꼭 필요할 텐데, 법과 수사 절차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피해자 측에게 충분한 조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와중에 1시간이 넘도록 대화가 진행되면서 하품을 하며 지루해 했던 지적장애인은, 대화가 끝나고 집에 간다는 사실에 금세 싱글벙글이다. 처음에 들어와서 기자에게 인사할 때는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라고 했지만, 집에 가게 되니까 기분이 좋은지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서 주먹치기를 제안했다. 그때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단어로 표현한다면 ‘순수’가 어울릴 것이다.
폭행으로 그의 어깨가 골절되었는데, 의사는 진단하면서 많이 아팠을 텐데도 왜 아무 말을 안 하냐고 그랬다. 가해자가 말하면 죽인다고,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사람들, 수사를 하는 사람들, 변호사로 조력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까지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피해자 형의 말처럼 ‘성심성의껏’ 일해야 한다. 죄를 지었다면 사실관계를 밝혀내서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가 치료를 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더 이상 이러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이 계속 필요할 것이다.
*[박기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는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보고 듣는 데에 조금 어려움이 있는 박관찬 기자만의 시선으로 쓰는 글입니다. 가능한 사실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박 기자의 고민도 함께 전합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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