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리를 어루만져줄 공간이 필요합니다
조명민의 심리안정 이야기-1
본문
코로나 팬데믹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다. 언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언제 밀접접촉자가 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심리는 꼭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불안과 우울, 기타 다른 상태일 때가 있고, 그로 인해 심리적 안정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심리안정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 이에 조명민 ㈜밀리그램디자인 대표가 문화와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심리안정’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오래 전 방송되었던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기억하시나요? 2009년 9월 7일부터 2010년 3월 19일까지 MBC에서 방영되었던 가족 시트콤인데요. 영원한 아버지 이순재, 영원한 소녀 고 김자옥, 시트콤의 재미를 더해주는 보석같은 주얼리정, 현재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열연하고 있는 제니 역에 진지희도 아역으로 나왔었죠.
오늘은 고구마 10개를 집어삼킨 것 같이 답답하고 가끔은 무한 순수해 보이는 정보석 배우의 에피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61화에서 이순재는 정보석의 잦은 실수를 탓하며 말을 아예 못하게 합니다. 정보석은 유일하게 말을 받아주는 신세경에게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뒷담화를 쏟아 놓는데요.
정보석의 심리상태는 왜 더 많은 말을 하게 되는 걸까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심리 현상을 ‘칼리굴라 효과’(caligula effect)’라고 합니다. 본인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행동이나 말에 대해 제지를 받게 되면 강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행동을 제한해도 칼라굴라 효과가 나타납니다. 관찰 예능 ‘동상이몽2’에서 이지혜가 딸 태리에게 테이블에 음식을 두고 아이에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먹지 말라고 얘기를 하고 엄마가 사라지자, 먹고자 하는 욕구로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지는 모습을 관찰하게 됩니다. 관심이 없다가도 ‘먹지마라’라는 말에 음식에만 초집중을 하게 됩니다.
경고문 실험도 칼리굴라 효과를 잘 나타내는데요. 심리학자 펜베이커(Pennebaker)와 샌더즈(Sanders)는 1976년 연구에서 대학의 화장실에 낙서를 금지하는 경고문을 붙였습니다. 하나는 “낙서엄금!”이라는 강력한 경고문이고, 다른 하나는 “낙서를 하지 마세요”라는 부드러운 어조의 경고문이었습니다. 두 경고문을 두 시간마다 바꿔 달아서 낙서의 수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낙서엄금”이라는 강력한 경고문에 낙서가 더 많이 적혀 있었습니다. 강력한 경고는 행동에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조금 특별한 사례지만 발달장애인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상동 행동’을 하는 등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행동을 강하게 제지 해야할까요, 그냥 둬도 좋을까요?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조금 다른 감각적 특성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감각 민감하거나 둔감한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합니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청년 한그루는 유품정리사로 일하고 있는데, 시각적 정보를 사진처럼 찍어서 기억을 하는 민감성을 가지고 있어 기억력이 뛰어납니다. 한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특성과 감정의 공감 능력이 둔감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데 서툰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들은 교육, 치료 프로그램 또는 사회 경험을 통해 조금은 완화되는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회복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장애라고 합니다. 이 경우에도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강한 훈육을 한다면, 강한 ‘칼리굴라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강한 자극을 받고 감각, 정서적으로 긴장, 불안, 압박감을 경험하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 신경이 억제되어 혈압이 오르고 호흡은 빨라지면서 얕아집니다. 신체의 이완 과정없이 자극이 반복되면 가벼운 증상으로는 식습관의 변화, 짜증을 내고 화내며 신경질을 내는 등 과민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불안, 긴장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1년 반이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오고 ‘이제 곧 일상으로 돌아가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는데 더욱 강력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절망적인 생각까지 들면서 불안의 한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의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우울이 사회문제로 발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음식, 맛사지, 명상, 심호흡, 심리상담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심리안정 프로그램 또는 다양한 감각의 자극을 조절하여 심리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시급합니다. 고객 휴게실, 직원 휴게실, 병원 등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곳에 나의 심리를 어루만지는 공간이 마련되길 희망해 봅니다.
작성자조명민/(주)밀리그램디자인 대표 jangingagu@naver.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