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농밴져스 > 현재 칼럼


새로운 도전, 농밴져스

차 한 잔의 여유

본문

 
 
농밴져스 입단
<함께걸음> 기자로 일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첼로를 배우고, 장애인식개선 강의를 하고….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이걸 어떻게 다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바쁘게 지냅니다. 특히 박사과정 3학기 차에 접어든 올해 상반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실히 느낄 때가 정말 많았지요. 그렇게 바쁘게 지내고 있으면서 제 인생에 또 하나의 과업(?)을 추가했으니, 바로 ‘농밴져스’입니다.
 
혹시 지난 <함께걸음> 2021년 1,2월호 ‘함께 하는 우리’에서 소개했던 농밴져스를 기억하시나요? ‘농인들의 밴드’와 영화 ‘어벤져스’를 더해서 만든 밴드 이름입니다. 제가 직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농인들이 함께 악기를 연주한다는 농밴져스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어울림에술단’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앙상블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혼자도 좋지만 함께 연주를 할 때의 시너지 효과를 잘 알고 있거든요.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해도 방법을 찾아가면서 함께 도전하고 연습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혼자 연주 할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도 있다는 그 시너지 효과 말이죠.
 
그래서 처음 농밴져스를 접했을 때, 저도 여기 입단해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첼로는 아무래도 밴드와 함께 하기에는 좀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농밴져스 활동을 하게 되면 안그래도 제 코가 석 자인데 넉 자로까지 만들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지금 상황에만 충실하고, 농밴져스는 열심히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인지 인연인지 취재를 다녀온 뒤에도, 농밴져스와 어떻게든 계속 연결이 되더라고요. 농밴져스가 있는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 취재를 가게 되는 일도 생기고요. 그러다가 올해 농밴져스 신입단원 모집을 한다고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입단해서 첼로를 해도 되지만, 다른 악기를 배우면서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진짜진짜 고민 엄청엄청 많이 하다가 결국에는 덜컥 농밴져스에 입단했습니다. 그것도 첼로가 아니라 베이스라는 악기를 담당하는 단원으로요. 
 
 
이름도 멋진 ‘베이스’와의 만남
제가 입단할 당시에 농밴져스에는 기타와 베이스를 담당할 단원을 모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기타와 베이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는데, 사실 저는 그 두 악기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기타의 ‘기’도 모르고 베이스의 ‘베’도 모르고요. 두 악기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타는 6줄, 베이스는 4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농밴져스에 입단하고 처음 알았고요. 
 
두 악기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저에게는 왠지 기타보다 베이스가 더 끌렸어요. 제 인생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첼로와 같은 4줄 구성이라는 것부터가 친근하게 느껴졌고, 또 악기의 이름인 베이스도 저에게는 멋지게 다가왔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은 단순하게 여겨지는 이유로 베이스를 선택했고, 그렇게 농밴져스의 베이스 파트 담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베이스가 첼로와 같은 4줄 구성이라는 건 제가 베이스를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각 줄의 음계 구성과 코드에 대해서는 첼로와 개방현만 다를 뿐, 원리는 거의 비슷했거든요. 사실 처음에 전혀 모르는 악기를 배우게 되어서 엄청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첼로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괜히 첼로한테 고마움을 느꼈다는 건 비밀이 아닙니다. 
 
베이스 줄의 구성이 첼로와 같은 4줄이라면, 반대로 첼로와 베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첼로는 활로 연주를 하지만 베이스는 손으로 직접 베이스의 줄을 팅기면서 연주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연주하는 자세도 확인히 다르죠. 첼로는 가슴에 안고 연주하지만, 베이스는 한쪽 어깨에 매고 한쪽 다리도 꼬고 연주하죠. 베이스와 첼로 둘 다 그 악기만의 멋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타나 베이스는 연주하는 모습이 뭔가 폼이 멋지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폼을 이제 제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한껏 폼을 내서 자세를 잡았는데, 아니 잡아 볼려고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네요. 사진을 본 누군가가 ‘똥폼’이래요. 아직은 왕초보의 티가 확연히 나나 봅니다. 하하.
 
 
 
어렵지만 즐거운 도전
농밴져스에 입단한 후, 매주 목요일마다 퇴근하고 열심히 베이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농밴져스는 강사 한 명이 2시간의 시간동안 단원 한명한명 돌아가면서 지도를 해주고 있습니다. 강사 옆에는 늘 수어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단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옆에 있습니다.저는 청각장애가 있으니까 농밴져스에 입단할 수 있었지만, 사실 시각장애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어도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수어통역보다는 문자통역을 받으면서 배우는 게 훨씬 편했기 때문에, 매주 자원봉사자로부터 문자통역을 받으며 농밴져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베이스가 첼로와 4줄 구성이고 원리가 비슷한 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온전히 베이스만의 특징을 알아가면서 배워야 했어요. 손가락으로 줄을 자연스럽게 팅기는 것부터 다른 코드로 넘어갈 때 박자를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테크닉, 그리고 악보 외우기 등 하나하나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압권은 제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입니다. 강사가 하는 말을 자원봉사자가 문자통역을 하는데, 그럼 저는 노트북 화면을 봐야 되잖아요. 그런데 강사의 말을 노트북 맞은편에 있는 수어통역사도 통역을 해주시는 겁니다. 그럼 저는 수어통역도 보고 싶어져요. 뿐만 아니라 노트북 옆에는 아이패드가 있는데, 강사가 칠판에 적어둔 연주 코드를 제가 보지 못하니까 자원봉사자가 아이패드로 사진 찍어서 제가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그러니까 통역을 받으면서 아이패드도 봐야 하죠. 여기까지라면 그래도 좀 빠르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볼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베이스를 봐야죠. 왜냐하면 강사가 베이스로 직접 연주를 할 때, 베이스에서 나는 진동을 느끼면서 강사의 손가락 테크닉을 놓치지 않고 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베이스를 보고 있다가 문자통역을 놓치기도 하고, 문자통역을 보다가 코드를 놓치기도 하고, 코드를 보다가 베이스를 놓치기도 합니다.
 
첼로를 배울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서 처음에는 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달이 지나면서 이젠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고 연주를 하는 데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아직 폼도 완전 똥폼이고 어느 코드를 연주하다가 다음 코드로 넘어갈 때 박자가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부드럽게 연주할 때 필요한 테크닉이나 스킬 같은 부분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베이스를 배운지 이제 한달 조금 지났는데 제가 벌써부터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는 걸까요? 실력이 일취월장하면 더할나위없이 기쁘겠지만, 지금은 농밴져스에서 베이스라는 악기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도 기쁘고, 첼로 외에 다른 악기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도 뿌듯함을 느끼고, 또 공부와 일에 투자하던 시간에서 소소한 활력소가 되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기대
농밴져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특별히 최영훈 선생님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수어통역을 담당하시는 분인데, 정말 멋지거든요. 수어통역을 해야 하는 본 업무도 있지만, 제가 베이스 연주를 할 때는 바로 앞에서 박자를 맞춰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세요. 또 제가 궁금하거나 모르는 수어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고요. 늘 기분좋은 미소를 보내주시는 최영훈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농밴져스의 또 다른 활력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농밴져스 입단 후 취재로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을 방문했다가 최영훈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반가웠어요.
 
앞으로 농밴져스에서의 활동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언젠가는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서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담당하는 베이스는 주 멜로디가 아니니까 제가 다른 단원들의 연주에 잘 맞춰줄 수 있어야 하겠죠? 지금 연습하고 있는 곡의 경우, 베이스는 곡의 시작부터가 아니라 중간부터 등장하더라고요. 이런 곡의 경우, 소리를 못 듣는데 제가 연주해야 하는 순간을 어떻게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중간부터 베이스가 들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그 후기에 대한 내용도 언젠가 이 지면에 자랑스럽게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농밴져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작성자글과 사진. 박관찬 기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