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 장애인 접근권을 둘러싼 대법원 공개변론
장애인 접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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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법원
장애계, 개정하지 않은 시행령은 정부 책임
정부, 영세한 자영업자 경제적 부담 고려 필요
지난 10월 23일 대법원 대법정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장애인단체와 이로 인한 구체적인 손해가 검토되지 않았으므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제기하는 정부 간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대법원은 본 사안이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실질적 보장 여부와 더불어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 등이 향후 다른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하여 재판 심리 등 모든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을 위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을 제정하여 일상생활에서 시설과 설비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대상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1998년 바닥면적 합계 300㎡(약 90평) 이상인 건축물 등을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 시설로 규정한 시행령을 제정하였다. 이후 2018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단체들이 편의시설 설치대상을 바닥면적에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람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카페와 편의점은 사실상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지적,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지 않은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정부는 2022년 시행령을 개정, 편의시설 설치대상을 바닥면적 50㎡(약 15평)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피고 대한민국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과소하게 규정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것인지, 둘째, 위법할 경우 이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쟁점 1: 피고 대한민국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과소하게 규정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20년 넘게 개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한 행위인가
장애인단체의 대리인인 공익법단체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 설치를 기본원칙으로 정하고 접근권과 이에 따른 국가 의무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바닥면적 제한을 둔 시행령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접근권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행령 개정을 오랜 시간 방치한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고 계속해서 시설주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실태조사나 인식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반면 피고 측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이산해 변호사는 “소매점에 접근이 어려운 장애 유형은 전체 장애인 중에서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뿐이다. 접근권의 원칙을 보더라도 모든 장애 유형을 고려해야 한다. 소매점 접근이 어렵다고 하지만 온라인 구매나 인근 대형마트 이용, 활동보조사를 통한 구매 등 다른 대체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했고 원고들이 지적하는 기간 동안 정부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제도를 시행하는 등 장애인 접근권 강화를 위해 여러 법률을 시행했다"며 "부작위 위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쟁점 2: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피고의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경우, 이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가
장애인단체 측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전상용 변호사는 “현행 국가배상책임 제도는 국가의 배상책임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인정한다는 문제가 있다. 원심은 소극적 기조 아래 이 사건의 담당 공무원들의 고의과실,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민사법리상으로도 관여된 사람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한 명한 명의 관여도는 희석되기 때문에 개인의 과실과 조직의 과실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큰 조직에 대해서 조직 과실의 개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유일한 변호사는 “장애인이 당사자로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어떠한 손해를 입게 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손해가 실제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검토도 없이 원고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국가배상법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 또 쟁점 규정에 따라 행정입법부작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섣불리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별로 원고와 피고 측 변론이 진행된 후 대법관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대법관들은 소매점에 접근할 권리가 활동지원이나 온라인 활동으로 대체될 수 있는 권리인지 여부, 시행령 개정이 늦어진 구체적 사유,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 적용을 받는 통계, 위법행위를 인정했을 때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 손해배상액, 구체적 손해의 기준에 대해 질의했다.
한편, 대법원은 2~4개월에 걸친 논의를 통해 전원합의체 선고를 내릴 예정이며 장애계는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국가책임 판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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