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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박 기자의 함께걸음-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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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특수교사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곧 다가오는 졸업시즌을 준비하며 전국에 있는 특수학교의 모범 졸업생을 추천해달라는 의뢰가 담긴 내용인데요.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한 학생에게 표창을 하기 위해 추천을 해달라는 건 분명히 좋은 취지인데, 문제는 그 표창을 줄 ‘추천대상’이었습니다.
 
추천대상은 “모든 과정별 구분없이 품행이 단정하고 장애극복 의지가 높아 타의 모범이 되는 졸업예정자 1명 (1교당 1인 추천)”입니다.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이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에서도 여전히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러한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 모범상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장애는 정녕 극복의 대상이어야 하는 걸까요?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느 부분에 있는 손상에 대한 치료를 필요로 할 수는 있어도, 그런 과정을 통해 장애를 극복해내겠다는 의지가 다른 누군가의 모범이 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전국 특수학교에 보내는 공문이라면 그만큼 장애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곳일 텐데, 이렇게 장애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으로 눈총을 받게 되는 걸 보면 참 우리나라는 장애감수성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OO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도 하면서 장애가 무언가 이겨내야만 하는, 그렇게 해야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정상화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장애도 그냥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걸까요? 특수학교도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대상자로서 다니는 것이고, 그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교육을 받습니다. 학생이 가진 장애를 극복하게 하려는 곳이 결코 아닙니다. 
 
문득 걱정이 됩니다. 다가오는 어느 특수학교의 졸업식에서 교장선생님이 모범생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며 표창장에 적힌 내용을 큰 소리로 읽을까봐 말입니다. 
 
“위 학생은 품행이 단정하고 장애극복 의지가 강하여 타의 모범이 되기에 이 모범상을 드립니다.”
 
‘장애극복’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장애와 관련된 일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곳에서부터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공문을 받는 특수학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바른 인식, 올바른 감수성을 가진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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