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학습자에게 취업 수기를 들어보다
대학생의 눈으로 본 장애
본문
'느린학습자', 인지와 정서적인 면 등에 의해 학습에 지장이 있는 사람들의 의미하는 단어다. 지금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법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만, 정서적-인지적 능력으로 넓게 보면 비장애인도 느린학습자인 경우가 있다. 기자가 만난 사람은, 또래와 어울리기 어려워했고 학습을 따라가는 것에 고난을 겪어 자신이 느린학습자임을 알아갔다고 한다. 2022년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노력 끝에 최근 취업에 성공한 한 느린학습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Q. 취업 준비 과정과 성공까지,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저는 2022년 8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 준비 및 운전면허 1종 보통을 취득한 후, 2023년 1월 중순~7월 중순(약 6개월)에 자원봉사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나 입사하기 전까지 10달 반이라는 공백기를 가졌고, 불안한 정서와 합격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친척과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불안해했고, 심지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는 것조차 겁이 났었습니다. 그러다 10개월 동안 약 20곳의 면접을 봐 결국 한 직장에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취업 과정에서는 출신 대학 일자리지원센터 직원 피드백(자소서, 면접)과 외부 취업 프로그램(모의 면접 프로그램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면접 학원에 가서 면접 영상을 촬영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친한 친구와 개인적으로 면접 연습을 하며 돌발 질문에도 대비했습니다.
Q. 스스로 느린학습자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ADHD를 가진 저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연습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 중에 머리가 하얘지며 나중에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기한을 넘겨 지원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서류를 누락하거나 내용을 잘못 작성했었던 적도 있었고, 좋아하는 분야가 아닌 이곳에 붙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다 보니, 서류전형에서 불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면접에서도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질문 내용을 놓치거나 엉뚱하게 이해해 동문서답을 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ADHD 약을 주로 아침에 먹다 보니, 약 효과가 떨어지는 오후 면접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인관계 문제로 심리적 고충이 있었고, 면접 내용을 다루는 콘텐츠를 보면서 ‘경쟁자들에게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하루에 1곳은 지원하자’는 압박에 시달렸었습니다.
△직장 사수가 루틴 관리를 위해 작성해 준 시간표
Q. 느린학습자의 취업을 위해 필요한 제도, 인식 등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현재는 경기도가 '잡(Job)아바'를 통해 취업 정보 제공 및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비장애인 경기도민에 초점을 두기에 느린학습자에게도 이러한 서비스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하는 느린학습자들을 위해 심리검사 결과지, 정신과 진단서 등으로 느린학습자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이들을 위한 교육/취업 지원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고용 등을 지원하는 법안도 제정되어 본격적인 사업 진행까지 이어졌으면 합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현재 대학생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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