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핑계로 장애인의 체육활동 불허한 A시 주민자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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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도 봄을 맞아 운동하는 활동가들이 많아졌습니다. 요가를 배우기도 하고, 헬스장을 다니면서 근력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경상북도 A시의 장은영(60세) 씨도 인권센터의 활동가들처럼 건강해지기 위해 헬스장을 다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각장애1급의 장 씨는 집 앞 주민센터에 있는 헬스장을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용하다가 작년에 바빠서 이용하지 못했고, 올해부터는 건강을 위해 꾸준히 다니기로 마음먹고 4월부터 다니고자 3월 중순 쯤 주민센터 헬스장에 등록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헬스장 접수원에게 2달치 이용료를 냈지만, 접수원이 돈을 받으면서 위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부터 다녔는데 무엇을 위에 물어보는지 모르겠던 장 씨는 이용료를 내고 연락 달라고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월 30일이 되도록 헬스장을 이용해도 되는지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해봤더니, 장 씨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헬스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장 씨가 이용하려고 하는 곳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헬스장인데,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2가지 이유를 들며 장 씨의 이용을 거절했습니다. 헬스장에 시설보험을 들어야하는데, 시설보험에서 장애인이 이용하면 보험을 들 수 없다고 했다는 것과 주민들이 장 씨가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장 씨는 예전에 이용할 때도 혼자 잘 다녔고, 장애인이 있다고 해서 보험이 안 되는 그 보험회사가 문제라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주민자치위원회는 장 씨의 헬스장 이용에 대해 자치위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인권센터는 자치위원회의 사무직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고, 자치위원회를 담당하는 주민센터 주무관과 이 건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자치위원회의 결정은 자신들이 관여하지 못하며,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환경이기에 장 씨가 다칠까 걱정되어 이용이 어렵다고 한 것이라고 자치위원회 대신 해명했습니다.
그 후 자치위원회는 장 씨가 보호자와 통행하면 이용을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이곳 말고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 다른 복지관에 있는데 부득불 왜 이곳을 이용하려하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편의시설은 없지만 가까운 헬스장과 편의시설은 있지만 거리가 먼 헬스장.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편의시설이 있는 헬스장을 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집 앞의 헬스장을 다니고 싶습니다. 전맹인 시각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위험하다고 보는 걸까요. 익숙한 길은 타인의 도움 없이 다닐 수 있고, 헬스장의 기기들 역시 처음에만 어려울 뿐 익숙한 것이라면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체육활동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체육활동을 주최·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 체육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체육시설의 소유·관리자는 체육활동의 참여를 원하는 장애인을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는 체육시설의 소유·관리자로서 장 씨의 시각장애를 이유로 체육활동의 참여를 거부해서는 아니 됨에도 보호라는 이름으로 장 씨를 거부했습니다.
장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장애인이 있으면 시설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 최초의 이유에 대해 해당 보험회사에 문의했습니다. 그런 보험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장애인이 있어도 시설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장 씨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시설보험 조건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장애인이 이용하면 보험가입을 못할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이용을 거절했던 것입니다. 또한, 자신들이 이용 거절했던 시각장애인이 장은영 씨인 줄 몰랐다며, 장은영 씨인 줄 알았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도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안되지만, 장 씨는 된다는 겁니다.
장은영 씨는 A시의 주민입니다. 시각장애인이기 전에 다른 주민들과 똑같은 A시의 주민임에도 차별을 당했습니다. 이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그간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참 속상합니다.
인권센터는 주민자치위원회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정확한 해명과 사과를 통해 앞으로 이런 일로 주민이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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