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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나

[편집장 칼럼]

본문

여기 신안군 염전에서 노예로 일하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한 지적장애인의 증언이 있다.

채 아무개 씨, 수 년 전 그는 갈 곳이 없어 대전역 인근에서 노숙하다가 일자리를 주겠다는 낯선 사람을 따라 나서게 된다. 그가 간 곳은 목포에 있는 한 직업소개소였고, 그곳에서 그는 직업소개소 사장이 웃으면서 그를 데리고 온 사람에게 돈 뭉치를 건네는 것을 목격한다.

다음 날 그는 배를 타고 신안군 외딴 섬에 있는 한 염전에 팔려갔다. 그는 염전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저녁 9시까지 온종일 일만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이 너무 힘들어 잠시 앉아 쉬면 염전 주인의 “밥 값 하라”는 고함이 그를 채근했다.

염전에서 일하면서 월급은 못 받고 용돈으로 한 달에 2~3만 원만 받았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염전 업주의 성질이 불같아서 일을 잘 못하면 눈 앞에 보이는 걸로 때렸는데, 삽으로도 맞은 적이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세 번 탈출을 시도했는데, 모두 선착장 가는 길에 있는 구멍가게 주인이 업주에게 전화해서 실패했다. 마지막 탈출 시도 실패 후 염전 업주가 “한 번만 더 도망가면 칼침을 놓는다”고 협박해서 다시는 도망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긴 섬에서 뭍으로 나가는 유일한 수단인 배를 타는 선착장에서, 배표를 파는 직원이, 누가 어느 염전 인부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배표를 끊으면 염전 업주에게 전화를 한다고 알고 있고, 지역의 택시기사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도망간다고 해도 섬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아니지만, 이번에 그가 구출되지 못했다면, 그의 마지막은 십중팔구 노예로 죽도록 일만 하다가 삶을 마치는, 잊혀진 죽음으로 어느 섬에서의 쓸쓸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지금이 노예제가 존재했던 중세암흑시대인가, 아니면 독일의 아우슈비츠 학살이 있었던 전쟁시기인가, 그도 아니면 형제복지원이 있었던 군정시기인가. 사람을 실컷 노예로 부려먹으면서 장애인이니까 먹여주고 재워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니, 이게 야만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야만이란 말인가.

중요한 건 지금 염전 노예 사건으로 신안군이 주 표적이 되고 있고, 신안군만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신안군이 아닌 또 어느 섬에서, 어느 망망대해 새우잡이 배에서, 그뿐 아니라 뭍에서도 어느 목장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이 순간 인권을 유린당한 채 착취를 당하면서 쓸쓸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지적장애인들의 갈 곳 없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취업이 힘드니까, 그렇다고 집안이나 시설에서 갇혀 지낼 수만은 없으니까, 거리에 나가 방황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 근처에 가게 되고, 거기서 악덕 직업소개소 업자들 손에 이끌려 염전이나 양식장 등에 보내지는 개탄스런 상황은 되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잠잠해진 후 어느 날 우리는 또 다시 언론을 통해 장애인 노예 사건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염전 노예 사건에서 중요한 건 단속이 아니라 지적장애인 등이 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염전에 끌려갔고, 장애인이 염전에 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래서 이 장애인 노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진상규명과 장애인 인권에 초점을 맞춘 노예 문제의 사회적인 공론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돌려 얘기한다고 해도 이번 염전 노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치부임이 분명하다.

사람의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되고 있는 이 치부를 계속 안고 갈지, 이참에 치부를 도려낼 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노예가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노예로 부려먹는.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야만적인 일들이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복지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 정부 경찰 등 사법기관의 각성과 시급한 대안 마련을 요구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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