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를 진정합니다 > 대학생 기자단


국가인권위원회를 진정합니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

본문

지난해 8월, 시각장애인 오 씨가 전남장애인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에 ‘국민연금공단 안내장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차별받고 있다’며 상담을 의뢰해왔고, 인권센터는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안내장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형태로 발송되는 것은 장애로 인한 차별’이라고 판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이후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공단)의 담당자는 예산을 이유로 들며, 오 씨에게만 점자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오 씨는 본인 한사람만의 차별 해소를 위해 인권위 진정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에, 정보제공을 위한 구조적인 개선과 대안마련을 함께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2013년 12월 인권위는 ‘진정기관(국민연금공단)에서 피해자에게 점자안내문을 송부하였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점자안내문을 발송할 것임을 밝혀왔기에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로 판단하였다’라며 인권센터에 기각결정통지문을 보내왔다. 공단은 예산을 이유로 오 씨 한사람의 민원을 해결하기에 급급했으며, 인권위 역시 같은 이유로 공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단은 2011년 10월부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을 전개하고, 대상자 선정업무(인정조사 및 활동지원 등급결정, 사후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공단에서 제공하는‘기본급여 및 추가급여, 본인부담금 등’에 대한 정보는 활동보조인을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너무나 당연한 정보제공에 대해, 요구 시에 제공하는 것을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해석한 인권위의 판단에 의문이 든다. 인권위는 ‘진정인 오 씨에게 점자안내문을 발송하기로 했기에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판가름하기 전에 활동보조인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이 모두 몇 명인지, 이들에게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수요 확인을 먼저 하라고,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라고 공단에 요구해야하지 않았을까.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해 3월 인권센터는 ‘박사학위과정에 있는 시각장애인이 학술연구정보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무료 및 유로 논문을 구입하고 내용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다운 받은 일부 논문이 화면낭독프로그램에서 읽혀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인권위에 진정한 바 있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교육과학부의 출연기관으로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일부 수익사업(논문판매)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러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 중 일부가 시각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공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등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장애로 인한 차별을 행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 1항의 규정에 따라 기각(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하는 경유)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가. 피진정기관에서 전국 학위논문 원문생성 대학교에 원문 구축 시 PDF 텍스트 형태로 원문 파일을 제출토록 권고
나. 피진정기관에서 2013.11월에 학위 및 학술논문 제출 시스템의 원문등록 페이지에 PDF텍스트 형태로 파일 업로드(파일 올리기)를 권장하는 안내 문구를 삽입예정임
다. 교육부를 통해 학술지 논문 DB 구축 민간업체에 원문 구축 시 PDF텍스트 형태로 구축해 주도록 권고 공문을 시행함

기존의 논문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인권위의 기각결정문은 언급이 없다. 그저 앞으로 원문 파일을 PDF텍스트 형태로 업로드하기를 권고하겠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알다시피 권고는 어떤 일에 관하여 상대방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하는 일이며, 법률상으로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는다. 이런 권고가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개인진정이기에 개인의 문제만 해소되면 된다는 인권위의 판단,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인권위인가? 계속해서 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인 의견만을 제시할 것인지, 인권위를 진정하고 싶다.


 

작성자박수인 (전남장애인인권센터 팀장)  dung727@naver.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