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하게’ 바로 보기
본문
저희 법인 공익활동위원회의 장애인분과위는 2013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해 왔습니다.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취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어떻게든 취업이나 근무 과정에서 발생되는 법률적 문제와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단에서 장애인 작업장을 한번 방문해 보면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여, 며칠 전 일산에 있는 직업능력개발원을 방문하였습니다. 다양한 장애 유형별로 이루어진 직업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았고, 학생 대표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한 학생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오랜 기간 병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감정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회사 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비장애인과 다를 수 있는데 그런 것을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저도 유사한 경험을 해서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제 동생이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치료 중에 문제가 발생하여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감정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고립되어 있고 여러 가지의 공포가 있는 상황…. 그런 감정을 추스르자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몸은 회복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겪은 감정적인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을 볼 때 눈에 보이는 장애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모두 비장애인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장애를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장애와 더불어 살아오는 과정에서 겪었을 많은 아픔과 상처를 고려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치부됩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을 보면 ‘동등’이라만 단어가 모두 15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장차법은 동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정당한 편의’를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제4조 제2항). 최근 문제되고 있는 웹접근성과 관련해서는 역시 동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수화, 문자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1조 제1항). 비록 장차법이 ‘동등’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일’이 아니라 ‘동등’이라는 개념을 반복하여 사용하는 이유는, 그 수단이나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결국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목적은 성취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자법이 시행된 지 이미 5년이 지났습니다만, 아직 장차법이 우리 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제대로 시행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 형식적 의미에서의 ‘동등’한 대우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장애인 학생의 바람처럼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는 장애에 대해서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과 어려움까지도 배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동등’하다는 것이 더 따뜻한 단어가 되면 좋겠습니다. 진정어린 배려가 사회를 움직이는 원칙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