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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장애인 정책의 평가와 나아가야 할 방향

[특별기고]장애계 정책 쟁점 평가와 진단

본문

사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시기상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정책공약이 박근혜 정부 들어 후퇴하거나 유야무야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1년이 지나가는 현 시점에서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점검 내지 평가해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에 본고를 통해 먼저 지난해 5월 2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정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 보았다. 이어 장애인 관련 주요 과제별 평가를 하고, 마지막으로 그 평가에 기초하여 정부와 장애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나름대로 제시하고자 한다.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장애인의 권익보호 및 편의증진’ 과제의 주요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관계부처 합동, 2013,pp. 108-109).
(1) 장애등급제 폐지 등 장애인 권리 보장 ― 권리 보장 강화 관점에서 기존 법률 개정 또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장애판정체계는 개인 욕구, 사회·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장애판정체계로 단계적 개선
(2) 중증장애인 상시 보호를 위한 통합 돌봄 제공체계 마련― 활동지원 대상 및 급여 확대: 중증장애인 보호를 위한 응급안전시스템, 단기 및 주·야간 보호 서비스, 그룹홈, 보호자 지원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 제공체계 구축
(3) 발달장애인법 제정 추진 ― 발달장애인 실태, 서비스 제공 여건·재원 등을 고려, 단계적 입법 추진
(4) 장애인연금 급여 인상 및 대상 확대 ―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는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화 방향에 맞추어 추진하고 부가급여 현실화는 기초연금화와 별개 추진
(5) 공공의료체계 강화로 장애인 건강권 보장 ― 권역 재활병원, 재활 중심 거점 보건소 중심의 공공 재활의료서비스 공급체계 구축 및 재활·건강증진 프로그램 보급
(6) 장애인 이동권 증진 ― 저상버스 및 특별교통수단 확충
(7) 장애인 주거권 보장 ― 주택 개조 시 기금 융자, 장기 공공임대주택 중 주거약자용 주택건설 비율 확대, 신규 주택에 대한 장애물 없는 주택 설계 확대
(8) 장애인 정보 격차 해소 ― 웹 접근성 품질인증제도, 웹접근성 개선 지원, 정보 접근성 지킴이 양성 등을 통한 정보 격차 해소 및 접근성 제고: 장애유형별 맞춤형 정보통신 보조기기 개발·보급 및 그린 PC 무료 보급과 복지관·협회 등을 통한 IT 활용 교육 및 1:1 방문 교육 추진
(9)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 활성화 ―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 인증마크제 도입 및 인센티브 부여, 고용 저조기업 명단 공표: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 확대, 맞춤형 취업 지원 강화
(10) 청각장애인 지원 확대 ― ‘한국수화기본법’ 법제화 추진 및 수화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 문화·정보 접근권 보장: 특수교육지원센터 지정, 특수교육교원 수화 연수, 교수·학습자료 개발
(11) 장애학생 교육 여건 대폭 확충 ― 특수학교 신설, 특수학급 증설, 특수교사 법정정원확보율 제고, 전공과 학급 설치 확대, 장애대학생 학습도우미 지원사업 대학 의무 운영 및 학습도우미 증원 추진

이들 국정과제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정책공약과 비교해 볼 때, 농교육 환경 개선이나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과제처럼 정책공약보다국정과제가 구체화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전반적으로는 국정과제가 정책공약보다 후퇴·축소된 부분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책공약이든, 나아가 국정과제이든,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한국수화기본법’의 제정과 관련된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공약·과제의 제목이나 그 내용 면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물론 그동안 장애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겠지만, 정부가 선제적·전향적으로 어떤 정책을 입안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아쉬운 것은 지난 1년 동안 이들 국정과제가
진척되어온 성적표가 매우 초라하다는 점이다. 이에 다음 절에서는 이들 과제 중 특별히 2013년에 이슈가 되었던 것을 중심으로 한해를 평가해볼까 한다.

 

장애인 관련 주요 과제별 평가

1) 장애등급제 폐지

보건복지부는 2010년 11월 2일부터 장애인계(제도권과 재야단체 포함), 학계 등 전문가 및 정책수행자(지방자치단체 포함) 등 장애인 관련 각 분야 관계자가 참여하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기획단’을 구성하고,장애인 등록제, 판정 절차 등 장애인 등록·판정 체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은 ‘장애 판정·등록 분과’를 운영한 바 있다. 그러다 2013년 4월 15일부터는 다시금 장애인계, 학계, 정책 수행자 등 장애인 관련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장애 판정체계 기획단’을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지금까지 주요하게 논의된 안건은 장애등급제를 단순화하는 안과 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감면·할인 제도의 변화에 관한 안이었다. 그러나 정작 장애 등록·판정 체계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기획단은 실제적으로 해산 상태에 있다.

다만, 장애등급제를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감면·할인 제도는 장애등급에 따라 할인율에 차등이 있던 제도의 경우에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총량이 감소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득 기준 등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단일 감면율 적용 방안 등을 검토하며, 소득보장(장애인연금, 장애수당 등)과 서비스 분야는 인정조사표를 포함한 종합판정체계를 마련한다는 합의에 도달한 것은 그나마 기획단을 통한 소득이라면 소득일 수 있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본 필자로서는 부디 이 합의가 지켜지기를 바랄 뿐 아니라, 이 합의된 목표에 도달하는 기간도 단축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장애 판정체계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판정 체계를 도입해서 적용하기에는 실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필자는 이전 ‘장애 판정·등록 분과’ 시절에도 연구 용역을 맡고는 분과가 흐지부지해져 버린 안 좋은 기억이 상기되어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에 부디 연구 용역이 시간끌기용이 아니기를 바란다. 광화문역 내에서 근 500일 동안 무기한 노숙농성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앞으로 몇 년 더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2) 통합 돌봄 제공체계 마련

2012년 7월 이래 보건복지부에 ‘장애인활동지원 제도개선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당초 이름이 ‘위원회’이었던 것이 ‘자문단’으로 슬며시 바뀌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이 자문단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비롯하여 응급안전시스템 구축 등을 논의하였고, 비록 지원제도의 불충분함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난 것에 의해 촉발되기는 하였지만, 현재 중증장애인 응급안전서비스 제공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하여 개선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대표적으로 지원 시간이 부족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장애계는 투쟁의 대상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옮긴 듯 보이며,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의 약속이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때마침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장애 3급에게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부여하고 2017년에는 신청자격에서 장애등급의 제한을 폐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활동지원 급여의 다양화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활동지원 급여의 확대가 아니라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응급안전시스템이 그들에게 24시간 활동지원을 보장해주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에서 내놓은 측면이 있듯이, 그동안 활동지원 바우처로 이용할 수 없었던 단기 및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급여의 범위 안에 포함시키는 시범사업을 2014년부터 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양 제도는 따로따로 발전하면 되는 것이지, 자립생활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 활동지원 제도를 단기 및 주·야간 보호 서비스와 연결시키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단기 및 주·야간 보호 서비스도 지역사회서비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가 장애인이 제공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사회서비스도, 최상의 서비스도 아니고, 더구나 장애인이라고 해서 꼭 장애인 관련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법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활동지원제도에서 자립생활의 철학을 후퇴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가 선의로라도 취해지지는 않는지 장애계는 주목해서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3) 발달장애인법 제정 추진

2012년 5월 30일에 김정록 의원에 의해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 발의된 바 있다. 그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이 법률안은 과거 어느 장애인 관련 법률보다 진보적인 법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이러한 법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의 반응은 시큰둥하였다.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립적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고 있었다.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에서 몇 개 조항을 채용하자 하니 넓게 해석할 때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에 이미 있는 규정이며 또한 전달체계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에서 제19대 국회 개원 시 새누리당 첫 법안으로 본 법률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고, 이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으로 하여금 한껏 기대감에 부풀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이 법률안은 제정되기는커녕 여태껏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더구나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김정록 의원 안에 난색을 표하였던 보건복지부가 지난 12월 16일 김명연 의원의 대표 발의를 통하여 내용상 한참 후퇴된 법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립적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에 미온적이었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지 않은가 하는 의아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발달장애인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감행하였던 장애아동 부모들의 머리에는 다시금 머리카락이 자라났지만, 이러한 보건복지부 덕분에 부모들의 머리에는 아직도 한겨울 삭풍이 불고 있다.

4) 장애인연금 급여 인상과 대상 확대

11월 19일 국무회의에서는 장애인연금의 급여를 인상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장애인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하였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월 평균 소득, 즉 소위 A값의 5%에 해당하는 96,800원에서 10%에 상당하는 20만 원으로 기초급여액을 상향하였으며, 18세 이상 중증장애인 중 장애인연금을 지급받는 사람의 선정 기준을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63%에서 70%로 다소 완화하였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매월 20만 원이라는 기초급여의 수준이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을 고려하여 결정된 급여의 수준에 한참 못 미쳐서 소득보장 성격의 연금으로 충분하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는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화 방향에 맞추어 추진하고 있는 듯 보이나, 기초연금화와 별개로 추진하겠다던 부가급여는 8만 원 그대로여서 전혀 현실화가 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장애인연금 대상을 볼 때,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을 통하여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기초연금이 도입·지급되리라고 기대하였던 장애계로서는 실망이 자못 크다. 이에 본 법률안이 장애인연금의 급여가 더 인상되고 이것이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확대되는 모습으로 국회를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은 본 필자만의 심정은 아닐 것이다.

 

정부, 장애계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이상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더불어 장애인 관련 주요 과제별 평가를 하였다. 평가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목표도 참신하지 않고 진척 사항도 더디다. 물론 가시적인 진전이 보이지 않은 것은 정부가 출범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면서 장애인들이 거는 기대가 자못 컸었는데 그 기대가 조금씩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장애인 한 사람의 표라도 귀해 그 마음을 얻고자 여러 가지 약속을 하였던 당시의 마음을 이 정부가 혹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서이지 않을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태도가 다르면 다음에 급한 용무가 생겼을 때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장애계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필자이지만, 장애계에게도 주제넘게 사족을 달고 싶다. 이명박 정부 이래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활동할 수 있는 외부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장애계의 현재 모습이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럼에도 모여서 공부만 하고 있고 토론회와 같은 온건하고 세련된 장소에서 활동가들이 보이는데 반해 운동의 현장에서 활동가들의 모습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정부도 장애계도 이래저래 2014년에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2013).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서울: 관계부처 합동.

 

 

작성자조한진(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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