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의 집 사건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장벽 > 대학생 기자단


실로암의 집 사건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장벽

[편집장 칼럼]

본문

장벽의 사전적 의미는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어떤 장애물을 뜻한다. ‘거지목사’ 사건이라고 불린 홍천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에서 장애인 복지와 인권 보장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을 다시 목격했다.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에서 방영돼 충격을 준 거지 목사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40여 명 가량의 장애인들을 수용하고 있는 시설이 기초생활수급비와 후원금 등을 시설장 개인이 유흥비로 사용하고, 후원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욕창에 걸려 온 몸이 썩어들어가는 장애인을 방치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극심한 인권유린이 벌어져서 결국 시설이 폐쇄된 사건이다.

그러나 드러난 이 사실이 전부가 아니다.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천박하고 야만적인 인식 수준이 백일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인권유린을 넘어서는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직접 가본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있는 실로암 연못의 집은, 홍천군 시내 버스터미널에서 승용차로 1시간 이상을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깊은 산 속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에 인가 한 채도 없었고, 보이느니 짙푸른 숲과 울창한 나무들뿐이었다. 

누구도 이런 외진 산 속에 장애인 시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에,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 때문에 천혜의 감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시설이 있고, 거기 40여 명의 장애인들이 살고 있었다.

시설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서 아무도 실로암 연못의 집을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었다. 시설 측이 내놓은 자료와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후원자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실로암 연못의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채, 감옥과 다름없는 시설에, 한두 명도 아닌 수십 명의 장애인들이 수인 같은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동안 이 시설을 찾은 그 누구도 왜 장애인들이 이렇게 감옥 같은 곳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장애인 복지에 책임이 있는 홍천군청을 비롯해서 이 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동안 장애인들이 외지고 감옥 같은 곳에 살고 있는 걸 매우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첨부하면 실로암 연못의 집에서 구출된 장애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고, 밥도 조금 밖에 먹지 못했고, 병원에 갈 때 외에는 바깥 세상에 나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장애인들 증언과 감옥 같은 시설, 그리고 시설을 찾아간 사람들의, 장애인들이 시설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우리 사회의 주류적인 장애인 인식은 아직도 장애인들이 어느 곳에 있든, 그 곳이 외진 곳이든 아니든, 시설이 감옥이든 아니든,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하고, 또 장애인은 시설에서 모든 욕구를 거세당한 채 그저 먹고 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야만적이고 차별적이고 천박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차단과 고립을 배경으로 하는, 이 전근대적인 장애인 인식이라는, 장애인 복지와 인권보장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거대한 장벽을 해체하지 못하는 한, 그 어떤 장애인 복지정책도 효과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덩달아 장애인들의 미래도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향후 바람직한 장애인 복지와 인권 보장을 위해서 과연 무엇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지를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말미에 실로암 연못의 집 얘기를 더 해보면, 장애인들은 타의에 의해 이 시설에 들어간 후 실제로 아무 하는 일 없이 지내다가 죽어서야 겨우 시설을 벗어날 수 있었다. 장애인들은 외부와 차단된 채 평생을 갇혀 살아야 했다.

이들 장애인들이 무슨 죽을죄를 지었기에 사실상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갇혔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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