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올림픽 유치의 주역, 지체장애인 사토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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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명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비춰 주데요. 땅은 멀리 갈라져 있지만, 하늘은 한 하늘로 이어져 있으니 한국에서 보는 달, 일본 오사카에서 보는 달, 그 어디서 바라보는 달도 다 똑같은 달이겠구나, 가슴 한가득 달빛으로 꽉 차 오더라고요. 어두운 밤 저 멀리까지 내다볼 수 없지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딛도록 용기를 불러주고 조용히 길벗이 되어 주는 달빛. 올해는 구름 하나 별 하나 없는 하늘의 보름달을 넋 놓고 쳐다보았답니다.
최근 일본에 그리 밝은 뉴스는 없지만, 9월 초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돼 큰 뉴스가 되고 있어요. 생각해 보니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죠?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유치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는 뉴스가 떠오르네요. 이번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도 큰 역할을 한 주인공으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한국에서도 소개됐는지 모르지만, 런던장애인올림픽 멀리뛰기 대표선수였던 사토 마미라는 여성입니다. 일본에서는 올림픽 유치에 국민적 지지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었고, 직전에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선 오염수 문제가 드러나서 유치에 성공할지 어떨지 예측이 분분했어요.
그런 가운데 올림픽 유치 결정을 위해 열린 IOC 위원회의 프레젠테이션, 저도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첫 번째 타자로 단상에 오른 사람이 바로 이 사토 마미 씨였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단정한 모습의 젊은 여성인데 등장하는 모습을 보니 다리를 절더라고요. 장애인인 그녀가 제일 먼저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일본의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들을 한 사람씩 소개했습니다. 올림픽준비팀장, 도쿄지사, 아베 총리, 올림픽 메달리스트, 유명 탤런트, 전 미즈노 사장….
제 고정 관념일까요? 그렇게 많은 유력인사를 제치고 지체장애인인 그녀가 일본을 대표해서 프레젠테이션을 주도하는 것을 보고 저는 좀 놀랐답니다. 그리고 10분 정도 그녀의 감동적인 발표가 이어졌어요. 그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스포츠를 열심히 했었는데, 와세다대학 2학년 때 다리뼈에 암이 발생해 2002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으로 생활하게 됐대요. 많은 고민과 아픔 속에서 치료 후 그녀는 2003년부터 멀리뛰기 종목에 도전했고, 이후 아테네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시작으로 각종 세계대회에 나갔으며,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는 9위에 입상하는 성적을 거두었대요. 그녀는 다리를 잃은 절망 속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었다면서 장애인올림픽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녀의 집은 2011년 대지진으로 엄청나게 큰 피해를 당한 미야기 현 게센누마시. 쓰나미가 덮쳐 가족들의 생사조차 모르는 가운데 일주일 만에 안부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도 곤란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재해를 당한 분들에게 올림픽과 스포츠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녀의 등장으로 매스컴에서도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과제가 많이 다루어졌어요. 일본의 경우 올림픽은 문화교육부, 장애인올림픽은 후생노동부로 담당이 나누어져 있고, 예산도 약 4분의 1 정도밖에 안 돼 장애인올림픽 선수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는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올림픽 선수는 스포츠 선수로서 평가되지만, 장애인올림픽 선수의 활약은 미담 정도로만 다루어지는 사회의 인식도 지적됐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발 빠르게 9월 13일 문화교육부 장관을 올림픽/장애인올림픽 담당 장관으로 임명하고, 2014년부터는 일관화되도록 조정하고 지원태세를 강화하도록 한다고 발표했어요. 물론 한꺼번에 과제들이 다 해결될 리는 없겠지만요. 한국에서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있는데, 아마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있지 않은지요.
장애가 있든 없든, 피부가 다르고 모습과 국적이 달라도, 그 누구라도 스포츠를 즐기며 감동을 맛보고, 올림픽/장애인올림픽의 무대에서 스포츠를 겨루는 희망을 안을 수 있는 그 날이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실현되는 날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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