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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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이야기 할 때면 빠지지 않는 말이 “참, 어린아이 같다.”는 말이다. 좋게 생각하면 ‘어린아이 같이 맑고 순수하다’라는 의미겠지만 다른 말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숙하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 성인발달장애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발달장애인들이 “저는요…. 헤에. 그래서요….”라며 말문을 열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화내용과 전혀 다른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 갈 때가 많다. 또, 대화내용이 어렵거나 대답하기 난처하면 느닷없이 “저 ○○고 싶어요!”라고 화제를 돌리거나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 사람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인발달장애인들의 행동에 대해 부모들은 대체로 “덩치만 컸지 하는 짓은 영락없이 아이에요. 이해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몸은 성인이지만 생각이나 행동은 여전히 어린 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빠뜨리지 않고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싫고 좋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니 얼마나 순수하고 좋아요”라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나 관련 기관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처음 발달장애인을 만나는 사람들이 당황하거나 발달장애인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해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반면, 부모나 종사자들이 어린 아이처럼 평가하고 있는 이들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을 어린아이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대부분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을 ‘성인’이라 말한다. 오히려 자신들을 ‘아이’라고 하면 화를 내며 부정한다.
부모나 종사자들이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보며 아이 같다고 평가하는데 왜 이들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을 성인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이를 단순히 인지능력이 낮은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라고 치부한다면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발달장애인은 원래 그러니까.
그러나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에 성인 발달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성인과 어린아이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성인은 “키다 크다”, “몸이 크다”, “나이가 많다”, “회사에 다닌다”고 말하고, 아이는 “키가 작다”, “몸이 작다”, “나이가 적다”, “학교를 다닌다”, “밥을 먹여줘야 한다”고 표현한다. 오히려 그들은 부모나 종사자들이 말하는 “덩치만 큰 아이”,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키가 크고 몸이 큰 어린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성인으로서의 자세나 태도,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로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그들이 눈으로 보고 확인했던 모습을 통해 ‘성인’과 ‘아이’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덩치만 큰 아이’라고 치부했을 뿐 그들이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이해를 시키거나 교육을 시킨 것이 없다. 로 인해 나이 30, 40인 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조차도 “저는요…. 그래서요….” 등과 같은 자신의 행동과 표현이 아이와 같은 행동과 표현이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게 하고, 아이와는 달리 성인으로써의 자세나 태도, 행동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아이’라고 하면 화를 내며 강하게 부정하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모습은 다른 비장애인들과 같이 그들도 평범한 성인이고 싶어 하는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처음 접하는 비장애인들에게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동과 표현을 하는 발달장애인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발달장애인에게 성인과 아이와의 차이와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 자세가 필요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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