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앞세워 놀이공원 줄 서기 피해온 뉴욕의 부유층들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 앞세워 놀이공원 줄 서기 피해온 뉴욕의 부유층들

[신순규의 뉴욕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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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이었습니다. 뉴욕시 맨하탄의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어떻게 디즈니월드 같은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지 세상에 폭로되었습니다.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고, 돈은 산더미만큼 있지만 양심은 콩알만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놀러가는 사람들은 놀이기구를 탈 때 줄을 서지 않고, 옆에나 뒤에 있는 문으로 빨리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놀이공원이 미국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곳에 갈 때마다 같이 간 일행들과 함께 줄을 서지 않고 재빠르게 놀이기구들을 타곤 했었지요. 그럴 때마다, 줄을 반드시 서야하는 비장애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제가 눈을 못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리도 건강하고, 오래 서 있는 것이 불편한 사람도 아닌데,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이 한 두 시간 기다리는 상황에서 저와 저의 친구나 가족은 몇 분 기다리지도 않고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불공평한 것만 같았으니까요. 그래도 놀이공원의 정책에 따라 이런 우대를 해주는 곳에서는 항상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들을 탔었습니다.

그런데 뉴욕시 맨하탄에 사는 부유한 가족들은 놀이공원에 놀러갈 때마다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사실이 지난 5월에 밝혀졌습니다. 시간당 130불까지 돈을 받는 이 장애인 가이드는, 고용한 가족의 한 멤버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식구들이 줄을 피하고 빨리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맨하탄에 사는 부유층 가족 엄마들은 어떻게 장애인 가이드 없이 디즈니월드를 갈 수 있느냐고 말할 정도로 이런 일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이었지요.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고, karma (업보)가 무섭지도 않나 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도 아닌 사람을, 그저 긴 줄을 피하기 위해서 고용했다는 것을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한 명당 돈을 얼마씩 더 내면, 많이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해주는 ‘fast pass’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그것보다 싼 속임수 방법을 택한 부유층 가족들을 이해할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한 저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대입준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저의 교회 아이들에게 제가 꼭 여름에 놀이공원을 데려가주겠다는 약속을 했었거든요. 그 아이들에게 저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격려하면서 학교공부도 대입 시험도 다 마친 후에, 그러니까 7월에 저희 교회에서 한 시간쯤 떨어져 있는 Six Flags Great Adventure에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제가 장애인이니까,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려고 했었는데요, 장애인 가이드 사건이 알려지면서 저도 양심에 좀 걸렸던 그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지요.

제가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즐겼던 놀이공원들은 분명히 저의 장애를 인정하고, 저와 저의 일행이 곧장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카드를 저에게 매번 발행해주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휠체어나 목발 같은 것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더 적합한 혜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지요.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항상 은혜를 받는 것보다, 은혜를 베푸는 사람들이 되라고 강조했었습니다. 그랬던 선생님이 줄을 서는 데에는 사실 장애가 되지 않는 장애를 내세워서 혜택을 받으려 한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도 염려되었지요.

저는 결국 장애인 카드를 신청하지 않기로 하고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7월 11일, 어른 4명과 아이들 12명이 Great Adventure로 향했는데요, 저는 그날이 주말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니니까 사람들이 심하게 많지 않을 거라고 희망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한 시간도 더 기다리게 되면, 그것도 괜한 양심싸움 때문에 특혜를 거절한 저의 책임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행운은 저에게 있었습니다. 아침에 비가 왔던 그날, 다행히도 공원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우리들은 줄을 한 번도 서지 않고, 마음껏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것들은 두세 번씩 타면서 즐겼지요. 이번 일을 통해 주어진 특혜는 꼭 필요한 사람들만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에 저의 가족과 또 놀이공원에 갈 때는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작성자신순규 뉴욕 월가 애널리스트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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