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애인 대학교육, 제51회 일본 특수교육학회 대회에서 대자보로 붙다 > 대학생 기자단


한국의 장애인 대학교육, 제51회 일본 특수교육학회 대회에서 대자보로 붙다

[김형수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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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박지현 학생, 이미혜,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필순 씨, 장애인학생지원넷 김형수 사무국장

‘장애학생지원을 생각하는 모임’으로 일본으로 초청받다

1995년 한국의 모 대학에 두 명의 장애인이 입학했다. 한 명은 어렵사리 일반학교를 다녔던 부산 촌뜨기 뇌병변 국문학도였고 또 한 명은 유명한 특수학교를 졸업한 양발을 사용하는 법학도였다. 국문과의 부산촌뜨기는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대학교를 바꾸겠다며 무작정 설쳐대는 행동파였고 또 다른 한 명의 법학도는 기본적인 교육 환경조차 접하지 못한 다른 아이들을 옆에서 조용히 돕기를 원하는 ‘관찰하고 탐구하는’ 사람이었다. 대학 졸업 10년 후 설쳐대는 행동파는 한국의 장애인 고등교육을 해쳐가는 인권활동가가 되었고 관찰하는 한 사람은 일본에서 특수교사의 전문성을 연구하는 특수교육 교수가 되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성격도, 활동도, 영역도 달랐지만 공통점이 딱 하나 있었으니, 한국의 장애인특별전형의 1세대로서 현장에서 장애인대학생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그들의 멘토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본 츠쿠바대학(University of Tsukuba) 의 임용재(Lim Yongjae) 교수가 필자와 함께 ‘장애학생지원을 생각하는 모임’이라 이름붙인 일종의 프로젝트팀을 제51회 일본 특수교육학회 대회의 포스트 발표에 ‘아주 가볍게, 그러나 치밀하게’ 초청해 주었다. 바로 ‘한국 대학에서의 장애인 학생의 지원과 문제’라는 주제로 한국의 장애인 대학 교육을 일본의 특수교육 학회 대회에서 소개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 팀은 발달장애인 대학교육을 연구한 이미혜 선생님과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김필순 선생님, 그리고 단국대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활동하는 박지현 학생으로 모였다. 특히 박지현 학생은 청소년 학생들의 멘토 일을 하면서 장애인학생을 위한 대학지원 웹사이트를 구성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서 인재 중에 인재로 뽑혔다.

임용재 교수는 평소에 특수교육을 공부하거나 특수교사를 하려는 사람들의 성장과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많은 경험과 현장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더구나 일본특수교육학회는 명함을 나누며 논문 발표로만 끝나는 교수들의 잔치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현장의 교사들, 학생들, 연구자가 3천명 가까이나 함께 모여 정보와 고민을 공유하는 50년 저력의 일본 최대 규모의 학회인 특수교육학회의 시끌시끌한 현장성을 장애인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 ▲학회가 열렸던 도쿄의 明星대학(메이세이대학)의 학생회관에서 임 교수가 단국대 박지현 학생에게 일본특수교육 학회의 활동과 일본 특수교육계의 고민을 알려주었다.

 

한일 특수교육계 장애인 대학교육은 똑같이 무관심하다?

일본은 국가적으로 분리교육을 천명하고 있어서 국제적으로 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한 철학이 낮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특수교사의 구분 없이 장애인학교에 발령이 날 수도 있는 법령 때문에 논란이 생길 것 같은데 우리나라처럼 일반교사의 특수교육의 자질을 사회적으로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대학시절 하룻밤 묵었던 일본의 농아인학교 선생님 댁에서 교사가 직접 들려준 ‘교사는 학생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일본 교육의 철학과 장애인학생과 교사의 비율이 1:1이거나 이마저도 밑도는 환경덕분에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원칙적으로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후 교원자격증을 가진 자는 특별지원학교의 교원자격증 없이도 당분간 특별지원학교의 교원이 될 수 있다(일본 교육직원면허법 부칙 제16항의 규정: 이 특례는 점차 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5월 1일 기준, 특별지원학교에서의 특별지원학교 교사 자격증 보유율은 69.5%이다 일본은 특수교육이나 특수교사라는 용어보다 특별지원이란 용어를 법적으로 쓰고 있다).

일본의 장애인학생을 전담하는 교원들은 특수교사의 자질을 우리나라처럼 감정적이고 도덕적인 사랑과 헌신으로 보기보다는 장애인을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장인이자 전문성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 좋은 장점이 있음에도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장애인의 대학교육에 대한 특수교육계의 연구와 접근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 ▲우리가 참여한 ‘포스트 발표’ 현장에는 특수교사, 연구자, 학생, 심지어 교육위원까지 참여한다. 이는 학자들의 논문 중심의 무거운 발표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이슈나 논쟁점을 ‘가볍게’ 그러나 대자보 형식으로 논리적으로 소개하고 약 15분간의 발표를 통해 현장의 특수교사들과 공유하고 교류하여 특수교육의 영역을 넓게 하고 고민을 깊게 하는 목표가 있었다.

양국 모두 90년 후반까지는 단순지원과 교육환경 구축에만 그쳤으나 최근 들어서는 장애인학생들도 대폭 늘고 장애유형도 복잡해지면서 한국의 경우에도 모든 대학에 장애인학생의 지원이 센터를 중심으로 법제화 되어서야 서서히 특수교육계가 연구에 나섰고, 일본은 국가가 권장하는 대학의 장애인특별전형제도도 없을 뿐더러 인구 대비 대학진학률 자체가 낮아서 학계에 관심이 낮다. 특화된 몇몇 대학만 좋은 사례로 국내로 소개될 뿐 일본의 대학은 장애인 입학거부가 대학의 자율이라고 인식할 정도이다. 임 교수는 비주류에 머물러 있는 장애인 대학교육에서의 ‘특별지원’의 관심을 상기 시키고 한국의 역동적인 제도 변화와 민간 영역에서의 운동을 지속적으로 일본의 특수교육, 특수교사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물론 실질적인 발표는 현지어가 되는 임 교수가 맡았고 우리는 각자 영역에서 현장에서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대학의 장애인 진학률과 장애인특별전형과 같은 선발제도가 20년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질문을 하였다. 

우리의 주제는 대자보로서는 바로 입구에 자리 잡는 등 좋은 입지를 배정받았지만 처음 참가한 새내기라 아주 뜨거운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본의 특수교육계에 공식적으로 한일 공통의 과제를 안고 발전하는, 상호 교류의 필요성을 있음을 알렸고 우리는 일본 특수교육계의 가식적이지 않은 현장성과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이 단순한 대자보를 위해 3개월에 거쳐 임 교수와 구성원들이 연구하고 정리하고 다듬었기에, 예상보다 호응이 적음에 실망한 우리에게 임 교수가 해 준 한마디. “꾸준히 5년 정도 참가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호응에 줄 거야. 여긴 모두 그래.” 임용을 잘 준비하는 교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현장 경험과 고민을 통해 스스로 장인이고자 하는 열정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참고로 2014 년도의 일본 특수 교육 학회는 고치(高知)대학에서 9월에 열린다. 한번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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