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 대한 좁은 법률지원의 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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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원 변호사 (bkl재단법인 동천) |
일반적으로 감금, 학대, 강간, 폭행 등 형사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을 참고인조사라고 합니다. 일단 경찰에서 이루어지는 이 조사는 피해자가 경찰서에 출두하여 경찰 앞에 앉아 경찰이 묻는 말에 충실하게 답변을 하면서 이루어집니다. 최소한 1시간 이상 이어서 진행되는 이 조사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것과 낯선 수사기관에 앉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지적장애인들은 이러한 과정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당사자분들이 딱딱한 수사기관의 정형적인 질문 어투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질문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설사 대답을 한다고 해도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기 어려워서 오히려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수사기관에 의하여 신빙성 없는 진술이라고 진술내용이 배척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분들은 미신고시설에서 구출될 당시 지적장애가 심한 상태였습니다. 평생을 가해자에 의하여 짐승처럼 취급되고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은 적이 없는 분들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분들에 대한 경찰의 피해자 조사는 신뢰할 만한 객관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졌고, 그 진술과정에서 제가 변호인으로 동석하며, 지적장애인을 오래 연구한 관련 분야의 경력을 갖춘 자를 진술조력인으로 두어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조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이분들에 관한 조사가 진행된 날 이전에 진술조력인과 진술인들의 사적인 접촉을 제한하고, 진술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하여 진술자의 생활을 도와주고 있는 생활보조인도 동석하였음에도 그 진술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적장애인의 형사피해진술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시선이 많이 경직된 것을 느낍니다.
또한, 발달장애인들은 민법상 의사무능력자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민법은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면서 의사능력과 구별되는 획일적인 법률행위능력인 행위능력제도를 두고 그 도구로서 금치산, 한정치산선고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즉, 민법은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자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판례는 “의사무능력이란 ‘자기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과 예기력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의사무능력자가 한 행위에 대하여는 아무런 법률적 효과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그 법률행위는 ‘무효’가 된다.
의사무능력 여부의 판단은 그 의사표시를 할 당시의 정신적 발달의 정도, 법률행위 당시의 정신 상태,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의 내용, 성질, 결과 등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정되는 것으로 한정치산선고나 금치산선고를 받았는지의 여부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치산제도와 한정치산제도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생활을 일률적으로 억압하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이러한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도도 마땅한 대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시스템의 조력을 통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이러한 의사표현을 통한 행위들이 유효한 법률행위로 존중받게 되는 세상, 특히 형사피해를 입으면 자신의 피해 상황을 이해한 상태에서 오해와 편견 없이 필요한 진술을 하고, 그 진술에 보편타당한 증거능력이 부여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를 위해서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따뜻한 마음이 모여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강원도 모 지역에서 일어난 '○○의집' 사건 피해 장애인 4명의 구출 당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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