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발달장애인은 행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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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 연구진의 초청으로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연구자들 앞에서 ‘한국 발달장애인의 생활과 본인활동’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연구자들과 함께 2006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같이 공부하고, 발달장애인이 알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제작한 일본판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을 함께 만들어왔던지라 강의 참석자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꽤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함께 고생할 당시의 기억들이 세삼 떠오르기도 했다.
한국인 유학생으로 2007년 최초로 그 작업에 참여할 당시, 나는 발달장애인들이 무엇인가를 위해 스스로 모임을 갖는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비장애인에게도 어려운 ‘유엔권리협약’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발달장애인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남들처럼 쉬고 싶을 주말에 2-3시간씩 토론하며 한 문장 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끝임 없는 인내와 노력의 과정이기도 하였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자비를 들여가며 2년간 1시간 이상 떨어진 토론장까지 왕복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2009년에 완성된 일본판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은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기존의 책과는 달리, 발달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하여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한 세계 최초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인권리협약으로 일본 내에서도 4번에 걸쳐 인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비장애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평가나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엔장애인 권리협약의 이념에 기초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발달장애인의 모습 그대로, 진정 발달장애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본 발달장애인의 노력과 역량을 보며 함께 활동해온지라 ‘한국 발달장애인의 생활과 본인활동’ 에 관심을 갖는 일본의 발달장애인들의 모습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자국내 장애인관련 법률을 공부하고 그에 대한 본인들의 의견을 제시하는가 하면 제 3국의 발달장애인을 위해 해외 파견을 나가는 그들이기에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의 발달장애인’ 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초대받은 입장인지라 한국의 발달장애인의 생활과 본인활동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고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연구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정의, 인구 추이, 장애등급기준, 장애인과 관련된 법률,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제도(교육, 복지, 고용, 여가활동), 발달장애인의 거주상태, 일상생활 실태 등에 대해 설명한 뒤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질의가 이어졌다. 가능한 모든 질문에 성심껏 설명하였으나 일본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솔직하면서도 직설적인 질문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일본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질문 1>
‘아이들도 아닌데 한국의 성인 발달장애인은 왜 부모와 같이 살죠?’
‘한국에도 그룹홈도 있고 입소시설도 있던데 장애가 심해 혼자 살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은 그런 곳에서 살면 안되나요?’ ‘그룹홈이나 시설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건가요? 그럼 왜 그런 시설이 있는 거죠?’....
‘그럼 연금도 적고, 살 곳도 없으면 한국의 발달장애인들은 평생 자립할 수 없잖아요...’
<일본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질문 2>
‘여행을 가고 싶거나 영화를 보러가고 싶을 때 일본에서는 당사자들이 모임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저도 마음에 드는 모임이 요코하마에 있어서 동경(동경에서 요코하마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됨)에서 다니고 있어요.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 재미있거든요.’ ‘친구들도 모임도 별로 없으면 한국의 발달장애인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나요? 복지관이나 훈련시설은 시키는 것을 해야 하는 곳이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요…. 정말 궁금한데요. 한국의 발달장애인들은 정말 행복한가요?‘
외국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한국의 발달장애인은 정말 행복해요!! 충분히 자립할 여건을 갖추고 있고 자립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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