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권 문제, 학교부터 바뀌어야 한다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 교육권 문제, 학교부터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

본문

장애자녀를 둔 부모와의 상담은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지만, 이는 처리가 매우 까다로운 상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선 내 자녀가 차별받고 배제되는 데 대한 아픔과 슬픔이 그대로 전해져 애석하고, 그 사연이 한없이 길고 기막혀서 듣고 있자니 지치고, 또 정작 학교에 문제 제기를 했다가 내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교사에게 미운털이 박힐까 봐 학교와는 다투기를 꺼리니 접근이 어렵다.

사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어린이집부터 유치원을 거쳐 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과정에서 차별받는다. 일단 입학부터 어렵고, 입학하더라도 특수교사나 특수교육보조원의 수가 부족해 제대로 된 교육과 관리를 받지 못하니 교육 수준도 충분하지 않으며, 통학이나 편의시설, 방과 후 학교 등 교육에 수반된 다른 여건들도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모두 다 힘겨운 투쟁이다. 그러한 역경을 옆에서 지켜보면 아직 이 정도밖에 갖추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교육환경에 답답하고 화가 난다.

교육에서 배제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연히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장애인 중에서 인재가 나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장애인의 취학률이나 진학률이 낮아지고, 학력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힘을 싣기 어렵게 된다. 획일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도 이토록 어려운데,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살리기는 얼마나 더 어려울까?


수업받지 말고 혼자 남아 있어라

김○○(17세) 군은 지체장애가 있는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서울의 명문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학교는 역사가 오랜 만큼 건물도 낡아 이동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 학교 측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아 이동수업을 할 때마다 김군은 교실에 혼자 남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외로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학교 측에서는 만약 김군을 들어서 옮기다가 김군이 다치더라도 학교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김군을 들어서 이동시키겠다고 했다.

 

 

수련회는 가서 뭐해, 어차피 참여도 못하는데

박○○(14세) 양은 지적장애가 있다. 학교에서 계획 중인 수련회에 처음에는 못 간다고 했지만 이후 박양이 매우 가고 싶어 해서 다시 참가하겠다고 학교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끝까지 김양의 참여를 거부하며 오히려 “왜 그렇게 가려고 하느냐, 어차피 프로그램 참여도 못할 텐데”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설득하려 들었다. 이 학교는 통합교육을 원하던 박양의 부모에게 “왜 굳이 통합교육을 받게 하려 하느냐, 어차피 적응도 못 할 텐데”라며 입학 당시부터 박양을 통합교육에서 배제하려 했다.

 

아이를 위한 길이니 특수학교로 보내라

이○○(17세) 양 역시 지적장애(1급)가 있다. 이양은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어 머리를 만지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한번은 특수교사가 머리를 좀 감으라며 이양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적이 있었다. 이에 이양은 과격한 반응을 보이며 교사에게 달려들어 손찌검했다. 학교 측은 중대한 교권침해라고 주장하며 “원래는 퇴학사유이나 장애학생임을 참작하겠으니 전학 보내라, 이 학생은 일반학교에는 부적합하니 특수학교로 보내라”고 학부모에게 강력하게 요구했다. 학교 측의 태도에 이양의 부모는 “딸이 이 학교를 정말 좋아하고,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한 친구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똑같이 교육을 받고 싶다”며 “다른 징계는 얼마든지 감수하겠으나 전학만큼은 보내지 말아달라”고 학교 측에 사정했다. 장애학생이 가해자가 된 폭력도 문제였지만, 통합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가 지속해서 특수학교 전학을 강요한 것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장애학생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것보다 장애학생들끼리 모여 그에 걸맞은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교 측의 견고한 생각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실수하고 서툴러도 괜찮아

교육권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당당히 서기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권리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배워야 힘이 생긴다. 그러나 획일화된 우리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장애학생은 그저 학교 측에 부담과 짐이 되는 존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장애인에게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대한민국 교육계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차별’이다. 장애와 비장애 구분을 떠나, 사람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배우는 과정이 교육이다. 조금은 어렵고, 실수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층 성숙하게 된다. 장애와 차별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팀장)  human53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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