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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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식품’을 복용하며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운동’을 통해 관절염을 예방하려는 신체활동이 활발하다. 이는 장애계도 예외는 아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건강유지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장애인의 건강보호, 질환 예방과 진료 및 연구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장애인 건강보호 및 보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장애인건강모니터링을 위한 건강실태 예비조사’에 따르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은 물론,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 우울증을 경험한 장애인은 27.9%였고, 실제 우울증을 진단받은 장애인은 7.8%이었으며, 21.9%는 최근 1년 동안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실제 자살시도를 해 본 장애인은 20.1%나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평소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느끼는’, ‘느끼는’ 장애인은 50.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장애인 중 20%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으며, 일상생활 중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결과이다.
이번 결과는 14개 장애인단체 소속회원 1천178명을 조사한 것으로 대표성을 갖기에는 한계는 있으나, 이 결과는 발달장애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 일정한 사회적 활동이나 대인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장애인 중 20%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상황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그 비율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의 경우 학령기에는 특수학교나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서 교육적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성인의 경우는 장애인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을 통해 각종 장애인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가 경한 발달장애인이나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못하는 경계선급의 발달장애인은 그 어디서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경증이나 경계선급의 발달장애인은 모든 수업을 특수학급에서 받을 정도는 아니기에,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지만 비장애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진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일반학급에서의 생활은 비장애학생들의 ‘무시’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열등감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중증장애학생이 많은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는 것은 ‘너무 쉽고 따분한 생활’로 ‘나는 저 정도는 아닌데...’라는 ‘자괴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이는 학교를 졸업한 후 성인기에 들어가면 더 심각해진다. 경증이라도 장애인등록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경계선급의 발달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직장 내 인관관계, 업무수행 등의 상황이 전혀 읽히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곳은 취업조차 불가능하다.
취업을 해도 바로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마련이다. 또 경증의 발달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을 통해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이들에게 그곳은 학령기의 ‘특수학급’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미지이다. 오히려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또 발달장애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인관계 형성이 어려워 친구 만들기가 어렵고, 가정 내에서도 형제나 자매들 간의 비교대상으로 ‘부족한 존재’, ‘안 되는 존재’라고 인식되어 경증이나 경계선급의 발달장애인은 이러한 감정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상대조차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경증이나 경계선급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만무하다.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한 경증 및 경계선급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들의 정신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동시에, 중증 발달장애인과 다른 차별화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경증 및 경계선급 발달장애인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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