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딸 성추행한 아버지의 뻔뻔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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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로 교육복지지원센터의 한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 선생님이 담당하던 한 아이(여·10)의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이혼했고 어머니는 장애인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약속했던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화상담 내용이었습니다. 협의이혼 당시 월 2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아버지는 지키지 않았고, 양육비를 달라고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아이를 위한 업무만 가능했던 지원센터는 엄마를 도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양육비 지급 청구소송 정도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아버지가 아이를 강제추행했고 그 모습을 어머니가 봤다는 사실을 상담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여성긴급전화에 신고했고, 그렇게 해서 엄마는 가정폭력 쉼터로, 아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쉼터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그 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면접교섭권이 있다는 것을 불안해했습니다. 그것도 한 달에 두 번씩이나 만나야 했고, 아버지는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양육비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양육비도 사정사정해야 통장으로 3만 원, 5만 원을 보내줬습니다. 만약 협의이혼이 아닌 재판상 이혼을 했더라면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범죄사실 때문에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했을 것이고 면접교섭권도 제한될 수도 있었을 텐데 협의상 이혼을 했던 터라 가정법원에서 그런 것까지 검토하지는 않는다더군요. 자신의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형이 선고되었음에도 이혼과정에서 아버지는 뻔뻔하게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었고, 수년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아버지가 큰소리로 때릴 듯한 위협만 해도 그대로 들어줬어야 했기 때문에 이혼과정에서 어떤 것도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지만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없습니다. 그나마 시설에서 청소를 맡겨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으나 이 돈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아버지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교육복지지원센터 선생님에게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가지 않으면 엄마가 양육비를 받을 수 없고, 양육비가 없으면 자신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옷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권센터와의 상담 중에도 아이는 자신의 공부일정 때문에 가지 못하는 것이지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싫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진심은 무엇일까요.
인권센터는 우선 미지급된 양육비에 대한 지급청구소송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양육비 지급조서가 있는 상황이라 미지급된 양육비는 어머니가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민이 되는 것은 아버지의 면접교섭권입니다. 애초에 이혼 당시 어머니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두 번 정도 쉼터를 옮기다 보니 어느 기관도 제대로 관여하지 못했던 겁니다. 쉼터의 사회복지사나 자문변호사의 도움이 있었다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사건담당검사 등 이 사건에 관련된 많은 사람이 있었음에도 어머니는 이혼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인권센터는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모녀에 대한 법적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엄마입니다.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합니다. 쉼터는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라며 어머니는 올해 안에 이사한다고 합니다. 또 둘이 살 수 있는 작은 방이라도 얻기 위해 시설청소뿐만 아니라 폐지도 열심히 주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가정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인권센터는 어머니의 든든한 조력자로 곁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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