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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가난한 나라들

[김민혁의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본문

한국은 독일과 스위스 등 다수의 쟁쟁한 후보국을 제치고 ‘녹색기후기금(GCF)’의 사무소를 한국에 유치하게 되었다.

녹색기후기금이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 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UN기후변화협약’을 중심으로 만든 기후변화 특화기금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큰 다국적기업이 들어서는 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들떠있다. 뉴스에서는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사무국 직원들을 맞으며 호들갑이고, 신문에서는 벌써부터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녹색기후기금의 본질은 이런 잔치 분위기에 휩싸여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에 캄보디아에 갔을 때, 한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마을에는 지난해에 발생한 홍수로 인해서 집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매년 우기면 비가 많이 오지만 근래 들어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오면 평균 강우량이 풍부하여 먹을 물 걱정은 안할 줄 알았는데, 집 근처 우물에 가보니 바닥을 드러내며 말라가고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고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가 되면 물관리 능력이 없는 이 지역은 마냥 물걱정만 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8월에 갔던 인도 남부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인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이맘때쯤이면 들녘에는 해바라기가 장관을 이룰 줄 알았는데, 듬성듬성 내 허리춤에서 성장을 멈춰버린 해바라기가 하늘을 원망하듯 태양을 바라보며 말라가고 있었다. 관개시설은 모터를 이용해서 지하수를 끌어 올려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전기가 들어오는 짧은 시간동안에만 가능하다. 허리를 굽히고 무언가 심고 있는 농부에게 물어보니, 해를 거듭하면서 농사짓기가 힘들어 진다고 했다. 소작농으로 일하는 그 농부는 물이 부족하여 밭작물과 벼농사를 지어도 대지를 지불하고 나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지난해 한동안 살았던 네팔에서는 ‘번다(Bandhs, 지방정치 세력에 의한 파업)’가 자주 일어난다. 중앙정부에 불만은 품은 지역 정치세력이 번다를 일으키면, 모든 상점과 사무실이 문을 걸어 잠가야 한다.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차량, 심지어 오토바이까지도 운행을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번다를 일으킨 세력들이 기물과 차량 등을 파괴하고 불살라버린다. 이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사회적으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나라의 성장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번다의 근원적인 이유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니, 농업이 기반산업인 네팔에서 기후변화로 인해서 농사가 흉작인 경우에 더 많은 번다가 일어났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량이 부족해지면서 땅은 말라서 쩍쩍 갈라지고 수확은 줄어들게 되니 사람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지방에 거점 잡은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읽은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라는 책에서는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사이에 46개국 27억 인구가 기후변화로 인해서 고통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인류최대의 재앙은 시나브로 시작되어왔고, 이제는 그러한 변화를 막기에는 때늦은 감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데 힘써야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설 녹색기후기금은 선진국 주도의 기금이다. 녹색기후기금이 앞으로 IMF에 버금가는 국제기금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이기적인 판단과 결정들이 가난한 나라를 더욱 궁핍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된다.

내년에 다시 어려운 나라로 출장을 가게 됐을 때 기후변화로 인해서 또 어떤 피해를 어떻게 입었는지 보게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성자김민혁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국제개발팀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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