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나 소중한 현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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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 한국의 답답한 사무실에서 일하다 한 번씩 현장에 나갔다 돌아오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돌아오게 된다. 입맛을 자극하는 시큼한 레몬처럼 현장 직원들의 분주한 활동들이 나의 무뎌진 열정을 일깨우고 뿌옇게 흐려진 비전들을 또렷하게 바로잡아 준다.
현장 직원들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서 아주 먼 시골 구석까지 찾아 들어간다. 그곳에 거주하며 낙후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내한다. 간혹 가족이 있는 직원들은 우리나라의 기러기 아빠처럼 가정과 떨어져 외로움과 싸워가며 일하기도 한다. 그런 직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책상에서 하고 있는 일들은 참 보잘것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현지 직원이 후원아동의 집에 방문하여 생활환경을 조사하는 모습 |
캄보디아 씨엠리엡에서 가까운 푸억(Puok) 사업장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한국에서 후원하는 아동의 가정을 방문한다. 한 시간 정도 방문하여 간단히 상담만하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방문한 집에서 일박을 하며 숙식까지 하는 것이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살림도 어려운 집에서 하루를 묵는 이유는 그 가정의 생활모습과 행동들을 관찰하여 아동의 생활환경을 조사하고 그 가정과 관계형성을 통해서 아동을 위한 활동에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하루를 같이 생활을 하면 가정에서 가족 중 누구의 목소리가 큰지, 어떤 행동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있게 살펴볼 수가 있다. 그리고 잘못된 위생습관과 올바르지 못한 인식들에 대해서도 한자리에서 같이 토론하고 교육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현지출장 중에는 그곳의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 직원들 앞에서 나는 겸손하게 태도를 바로 잡는다. 내가 이론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현장에서는 매우 표면적인 문제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겉으로 보아서는 현지에 식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어머니의 잘못된 미신으로 인해서 아이들에게 둥근 모양의 채소를 먹이지 않는 현지의 잘못된 관습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통찰은 현지에서 오랜 시간 삶을 같이 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지역 주민들과 현지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술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 현지 직원들이 '변화의 나무'를 도식화하기 앞서 그룹토론을 하고 있다. |
▲ 현지직원들이 토론 후 '변화의 나무'를 함께 그리고 있다. |
그리고 출장을 가서 중요한 일중에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직원들의 기대와 필요 그리고 비전과 어려움에 대해서 묻는 시간을 꼭 갖는다. 짧은 출장 기간 동안에 그런 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변화의 나무’라는 참여활동을 통해서 직원들의 생각을 엿본다. 변화의 나무는 직원들이 그룹 토론을 통해서 목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 혹은 노력, 결실, 어려움 등을 상징화하여 도식화한 것이다. “우리 사업장에는 직원들의 팀워크가 좋아요! 그러나 우리는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교육 시간이 부족해요” 같은 이야기를 이 활동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현장에서 직원들이 갖고 있는 자원과 보강해야 할 취약한 점들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변화를 이끄는 국제개발을 한다는 것은 단지 어려운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의 변화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보고 싶어하는 후원자의 변화, 그러한 변화를 도와주는 현장 직원들의 변화까지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의 직원들은 정말 중요한 파트너들이다. 그들의 어려움들이 현장의 개발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열심은 사업 성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비록 멀리 떨어진 한국 사무실에서 현지 직원들과 메일과 전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최대한 가깝고 친밀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이렇게 한 줄 덧붙여서 대화를 마무리 했다.
“지금 한국은 너무 추운 겨울이야. 눈이 오지 않는 캄보디아에 눈을 보낼 수 있다면 나는 우리 사업장에 눈을 보내서 아이들과 같이 눈사람을 만드는 너를 즐겁게 상상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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