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늦가을의 풍경들 > 대학생 기자단


저물어 가는 늦가을의 풍경들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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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여름이 가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추워졌어요. 하긴 달력도 11월 하순, 두 장만 남았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죠.

오사카에는 오사카를 상징하는 도로이자 번화가 한가운데를 지나는 ‘미도스지’라는 길이 있어요. 오사카시청에서 4킬로미터 정도 이어지는 이 길에는 세계적인 명품판매장이나 일본의 주요기업 사무실 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길 양편에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이에요.

봄부터 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모습을 연출해 주는 멋쟁이, 그중에서도 역시 노랗게 물든 가을의 은행나무 길은 정말 운치가 있지요. 여러분도 그림이 그려지시죠? 미도스지의 은행나무길이 이제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답니다. 아마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가장 곱게 물들지 않을까 싶네요. 오사카에 살지만 막상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든 그 길을 가보지는 못했어요. 그저 사진으로만 본 정도인데 마치 해마다 단풍 구경한 사람처럼 소개하고 나니 좀 쑥스럽네요. 올해는 꼭 단풍구경을 가자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때를 딱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오사카는 서울보다 따뜻한 지역으로 계절의 변화가 한 달 정도는 늦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을이 본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11월, 이 11월에는 휴일도 많고 문화행사 등 많은 이벤트가 열린답니다. 이번 주말인 11월 25일에는 오사카 마라톤대회가 열리는데, 해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는 휠체어 마라톤도 함께 개최된답니다.

노란 은행나무길 사이로 수놓아지는 휠체어와 러너들, 목표를 향해 달리는 그들의 뜨거운 열기와 이마의 땀을 스치는 가을바람이 조금은 식혀주겠지요. 그 밖에도 여러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야외행사도 많이 있는데, ‘장애인자립지원센터 오사카’에서는 시민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활동보조지원인이라는 일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같이 참가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포지티브 캠페인’이라는 이벤트를 나가이공원이라는 큰 공원에서 열 예정입니다.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50명 가까운 많은 손님이 오셨어요. 이분들은 서울·광주·부산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집 선생님들로 오사카에 있는 다섯 군데 어린이집과의 교류를 위해 오사카를 찾아왔는데, 이 한일보육교류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조촐하나마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관계자가 200여 명 이상 모여 교류회와 심포지엄 등을 열었습니다.

실은 제가 20년 전 서울에서 탁아소 선생님을 했던 경험도 있고 중심적인 사람들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기도 해 준비과정에서부터 참가하게 됐어요. 보육, 지금은 맞벌이 가정이 일반적이고 아이들도 적어져서 2세까지는 무상으로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에서도 보육정책에 힘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20년 전에는 한국에 보육제도라는 것이 없었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사회적 상황이나 의식이 참 많이 변했는데요. 여성과 가정의 사회참가를 돕고 어린이의 안전하고 건강한 양육을 위한 사회적인 장치로서의 어린이집이라기보다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다닌다는 어두운 인상이 짙었지요.

하지만 20년 전 이미 일본에는 현재와 별다르지 않은 보육제도가 있었답니다. 그 가운데서도 어른의 편의가 우선된 보육이 아니라, 부모와 시설이 함께 참여하여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어린이집을 꾸려가려고 노력하는 오사카의 다섯 군데 시설이 한국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탁아소와 정기적으로 교류의 장을 열게 되었지요.

일본의 앞선 제도와 보육내용을 배우고, 새롭게 사회를 만들어 가는 한국 시민의 민주화 운동의 열기를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된 그 교류가 20년간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시대도 변하고 한국도 일본도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정도가 되었지만, 형식을 담아내는 내용의 질을 담보하고,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가는 지혜가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기 위해 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많겠지만, 그 중 하나로 장애아통합보육이라는 걸 들 수 있겠는데요.

오사카의 다섯 군데의 어린이집은 벌써 오래전부터 장애아통합보육을 어린이집의 주요방침으로 세우며 실천하고 있는 곳으로, 그 중 한 곳은 40년 전부터 장애아와의 통합보육을 실천하며, 어린이집을 졸업한 장애아를 위한 방과후학교의 설치, 학교를 졸업한 장애아들을 위한 일터 만들기까지 그 현장을 확대하며 실천해 온 곳이라 주목할 만합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갖고 있지만 그 다르다는 것이야말로 서로 풍요롭게 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열어가는 원점이 됩니다. 그런 마음에서 서로 알려고 노력하고, 서로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추진해 온 이 교류, 장애아의 통합보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도 우선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가장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키워지는 것은 어린아이가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바깥세상이자 사회인 어린이집에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하며,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들이 오사카의 어린이집에서 연수도 받고 견학도 하면서 입을 모아 하는 말,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같아요. 한국의 아이나 일본의 아이나, 아이들은 정말 다 예쁘네요!

 

작성자변미양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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