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대한 ‘무시’와 ‘편견’이 양산한 ‘칠곡사건’ > 대학생 기자단


장애에 대한 ‘무시’와 ‘편견’이 양산한 ‘칠곡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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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은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2007년 지적장애 3급으로 판정받은 A(23세)씨와 2008년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B(34세)씨.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10월 3일 오전 교회에서 열린 새벽기도회 참석 후 목사가 자신을 종처럼 취급하고 부려먹으려 한다며 목사를 살해하려고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 A씨는 교회에 갔다가 C(54세)씨 역시 목사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C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

한편, B씨는 10월 1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지나가던 여대생(21세)을 찌른 다음, 지나가던 학생(18세)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말한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바로 검거되었다고 한다. A씨와 B씨의 행동은 결과 자체만으로 보면 반사회적 범죄이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발달장애의 한 유형인 지적장애인 A씨와 B씨가 저지른 두 사건은 일반적인 살인사건이나 묻지마 난동을 부린 사람들과는 달리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인다. 보통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건 현장을 떠나거나 범죄사실을 은폐하려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씨와 B씨의 행동은 범행동기도 범행 후 행동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목사가 자신을 종처럼 부려먹으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B씨는 가족이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것이다. 또, 범행 후 행동에 있어서도 사건현장을 피해 도망가기 보다는 A씨는 근처에 숨어있거나 B씨는 지나가는 E씨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A씨와 B씨의 행동을 언론은 인지적 장애가 있는 지적장애인이 저지른 사건으로 부각시켜 대서특필 했지만, A씨와 B씨의 행동은 지적장애인의 일반적 특성으로 볼 수만은 없다. 지적장애인이 모두 이들과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적장애를 가진 A씨와 B씨가 그런 행동을 보인 이유가 무엇인지 보다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씨와 B씨가 목사가 자신을 종처럼 부려먹으려 한다거나 가족이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저질렀다는 범행 동기는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목사나 가족이 A씨와 B씨가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을 그들에게 알기 쉽도록 정확하게 이해시켜주려고 설명해 주었다면 이들이 이런 범행을 저질렀을 것인가? 또 A씨와 B씨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해 줄 친구가 동료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인가? 장애특성을 이해하고 사회적 지지가 있었다면 분명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A씨와 B씨에게 죄의식이 없었을까? 이들은 범행 후 자신들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찾기 쉬운 곳이지만 숨어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흉기를 휘둘렀을 때 사람이 죽는 다는 것, 그 결과가 본인들이 구치소에 수감된다는 것, 구치소에 수감되어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 특성상 예측이나 추측이 어렵기 때문에 A씨와 B씨는 자신들의 행동의 결과가 무엇인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A씨와 B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피가 나고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에 범행 후 홀로 떨었을 것이다.

A씨와 B씨가 발달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에게 ‘넌 몰라도 돼’ ‘알지도 못하면서…’ ‘알 필요 없어’라고 무심코 던진 무시하는 말이 이들을 오해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었으며, 이들의 장애특성과 수준에 맞춰 설명해 주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의 수준에 맞춰 설명했기에 이들을 더 ‘바보’로 2차적 장애까지 갖게 한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칠곡사건은 단순히 A씨와 B씨가 저지른 상해·살인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장애인을 무시하는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외래 강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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