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 대통령 선거는 ‘남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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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요즘 연일 언론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의 동향은 물론 후보의 공약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가 후보로 나올 것인가, 어떤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어떤 후보가 신뢰가 가는지 등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TV광고를 통해 공정선거 캠페인과 더불어 한사람이라도 더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를 독려하고, 뉴스 등에서는 자녀와 같이 투표소를 방문해 선거의 중요성을 어린 자녀들에게 가르쳐달라는 멘트도 하며 선거 분위기를 한층 돋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발달장애인에게 대통령 선거는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헌법에서 보장된 선거권이 발달장애인에게도 주어져 있음에도 발달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선거에 관련된 이야기를 좀처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대통령 선거가 왜 발달장애인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때였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발달장애인들에게 투표를 했는지, 그리고 투표를 하는 날 무엇을 했는지 질문하자 당황스러운 답변들이 줄을 이었다.
투표를 하지 않은 발달장애인들의 답변은 ‘집에서 놀았어요’, ‘평일이면 복지관이라도 가는데 노는 날이라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요’ 등이었다. 또, 투표를 했다는 발달장애인들의 답변은 ‘부모님이 가야 한다고 해서 그냥 갔어요’, ‘할 일이 없어서 그냥 갔어요’, ‘그냥 아무나 찍었어요’, ‘부모님이 O번 찍으라고 해서 찍었어요’라는 답변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투표를 한 발달장애인도 투표를 하지 않은 발달장애인도 공히 ‘투표를 왜 해야 하나요?’, ‘꼭 투표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과 더불어, ‘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역 앞에서 나눠주던 종이가 그 사람을 뽑아달라고 하는 종이에요?’라는 이야기였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현상이 비장애인의 경우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과 같은 사회적 현상에 의해 비롯되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선거의 필요성, 선거유세의 의미와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것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임에도 발달장애인에게는 그 권리가 무슨 의미인지, 그 권리 행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조차 교육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캠페인 조차도 선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 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선거홍보물을 통해 각 후보들이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홍보물을 제작해 시각장애인의 선거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는 선거의 의미, 올바른 선택을 위한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정보제공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즉, 발달장애인에게 국민의 일원으로써 선거권이 주어져 있지만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본 전제가 되는 선거 및 후보 공약 등에 대해 알 권리는 주어져 있지 않는 상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과 「UN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인관련 법률이 장애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발달장애인의 선거권에 있어서는 예외가 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선거의 의미와 선거 진행과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각 후보의 선거공약을 알기 쉽게 제작, 배포하여 발달장애인이 본인이 원하는 후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민간차원에서도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투표소를 방문하여 선거에 참여하고, 선거의 의미와 과정을 어린 자녀들에게 설명해 줌으로써 선거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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