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본문
2013년 7월 1일부터 성년후견제가 시행됩니다. 이제 몇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성년후견제는 많은 논란 속에 입법되었고 여전히 찬반이 있는 제도입니다. 성년후견제는 피성년후견인 등이 재산과 관련한 행위뿐만 아니라 치료나 요양과 같이 복리와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서까지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아울러 성년후견인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후견을 내실화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제도의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제도가 그렇듯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제도의 시행을 위한 다양한 환경이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성년후견제를 누구보다 기대해 왔던 분들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님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분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성년후견제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함에도 아직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염려됩니다만, 무엇보다도 혹시나 피성년후견인 등으로 지정되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성년후견제를 일찍 시작했지만, 성년후견제의 이용이 저조한 이유로 예산의 부족과 이에 따른 지원체계의 미흡, 성년후견 등에 따른 사회적 낙인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성년후견제는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민법이 피성년후견인에 대해 일용품의 구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를 스스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나,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피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도 위와 같은 목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제도의 취지에도 막상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이 되면 공법상으로나 사법상으로 너무나 많은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기존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에게 적용되던 제한이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담배산매업(담배를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한정치산자는 소매인 지정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담배사업법 제16조 제2항 제1호). 또한, 한정치산자는 아이 돌보미로도 활동할 수 없고(아이 돌봄 지원법 제6조 제1호), 싸움소의 주인으로 등록할 수도 없습니다(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5항 제1호).
이러한 제한은 300개가 넘는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성년후견인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해서 부족한 경우이므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더라도, 한정피후견인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불과하므로 부족한 능력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거나 부족하지 않은 영역의 활동이라면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국,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에 대해 권리나 권한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법률들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회적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성년후견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게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최근 이러한 일률적인 제한을 정비하기 위한 법률 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움직입니다. 조속히 법률이 제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한, 여기에 머물지 말고 성년후견제의 시행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며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랜 논란 끝에 만들어진 성년후견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되려면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