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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인간에 대한 예의인가

[편집장 칼럼]

본문

이런 어머니와 아들이 이제는 없다고, 천사의 탈을 쓴 악마도 이제는 사라졌다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가족이 잡고 있던 지적장애우 손을 놓치면 지적장애우가 갈 곳은 악마의 품 아니면 시설뿐이고 그래서 비극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격한 감정으로 얘기하면, 시설도 지적장애우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기는 매한가지다. 수용시설에서 지적장애우를 보호하고 있다고 강변해도 인정할 수 없다.      

얼마 전 사망 후 10년 이상을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병원 냉동고에 갇혀 있어야 했던 두 명의 지적장애우를 위한 장례식이 열렸다. 이 두 명의 지적장애우는 짐승인가, 인간인가. 

짐승이라도 사망 후 10년 넘게 병원 냉동고에 갇혀 있다는 사연은 듣지 못했다. 더욱이 짐승도 아닌 사람이 1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을 차디 찬 병원 냉동고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는 사연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인데, 정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이웃 사람들, 그 누구도 이 두 구의 시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결국 죽어서도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차디 찬 병원 냉동고 속에 갇혀서, 나를 제발 꺼내달라고 가슴을 치며 몸부림치던 두 명의 지적장애우는 인간도 짐승도 아니었다.

그 처참함과 함께 두 명의 지적장애우가 병원 냉동고 속에서 발견된 사연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만약 가족이 가난 등의 이유로 돌보지 못해 잡고 있던 지적장애우 손을 놓쳤다면, 그러면 그 장애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굳이 다른 데서 답을 가져올 이유가 없다. 이번에 장례를 치른 장애우 중 故이광동 씨 사연은 손을 놓친 지적장애우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어 가야 하는지. 이 땅에서만 가능한 그 필연적인 행로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는 가난 때문에 광동 씨 나이 열세 살 때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 했다. 아이는 천사라는 탈을 쓴 악마에게 넘겨졌고, 곧바로 악마의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악마가 상동 씨를 내세우면 굳이 손을 내밀지 않아도 어디선가 꼬리표가 달리지 않는 후원금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악마가 광동 씨 같은 지적장애우를 품에 데리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칭찬하고 떠받들고 훈장을 줬다. 그 반면에 광동 씨 같은 지적장애우가 악마에게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는 애초부터 관심도 없었다.

정작 낙원에 살고 있다던 광동 씨는 굶어야 했다. 악마가 먹을 걸 주지 않아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거리를 헤매다가 결국 아사, 영양실조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가서 돌보는 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아야 했다.          

후원금을 받을 때 광동 씨가 자기 자식이라고 큰소리치던 악마는 광동 씨가 죽은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멈출 수 없는 탐욕으로 광동 씨의 시신을 가지고 병원과 마지막 거래를 하려 했고, 뜻대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광동 씨의 시신을 10년 넘게 병원 냉동고에 방치했다.

그리고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어머니는 손을 놓친 지 32년 만에 냉동고 속의 뼈만 남은 시신인 상태의 아들을 대면했다.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는 광동 씨 시신을 붙잡고,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오열만 쏟아냈다.

이런 어머니와 아들이 이제는 없다고, 천사의 탈을 쓴 악마도 이제는 사라졌다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가족이 잡고 있던 지적장애우 손을 놓치면 지적장애우가 갈 곳은 악마의 품 아니면 시설뿐이고 그래서 비극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격한 감정으로 얘기하면, 시설도 지적장애우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기는 매한가지다. 수용시설에서 지적장애우를 보호하고 있다고 강변해도 인정할 수 없다. 시설은 근본적으로 갇힌 곳이고, 갇힌 곳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 안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고 있다고 도무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이 잡은 손을 놓치면 갈 곳은 시설뿐이라는 등식은 지적장애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지적장애우들을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말미에 아쉬움에 다시 장례식 얘기를 해 보면. 상여가 보건복지부 앞에 이르렀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복지부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소신 있는 공무원이라면, 잡은 손을 놓치면 갈 곳 없는 지적장애우 현실도, 지적장애우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악마가 설치게 놔둔 것도 일정부분 정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성난 군중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최소한 문상이라도 했어야 했다. 지금 사람이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지금 지적장애우들에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고 있는가, 누군가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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