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내년 5월 여수全도서관 승강기설치계획 추진 환영한다
지역 장애인 참여와 소통, 관련 규정 준수로 실효성과 정확성 담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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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와 여수시립도서관(이하 도서관)은 관내 도서관 6곳 중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은 도서관 4곳에 대해 내년 5월말까지 승강기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전남장애인인권센터(소장 허주현, 이하 인권센터)와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박대희, 이하 여수IL)에 지난 23일 공문을 통해 밝혀왔다.
대부분의 전남 지역 도서관이 편의시설이 미흡해 장애인의 접근과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운데 관내 모든 도서관 승강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여수시의 조치는 지역사회 장애인 문화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큰 의미가 있으며 인권센터와 여수IL은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 또한 그동안 여러 면에서 수고한 도서관 공무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1월 “여수시립현암도서관(이하 현암도서관)에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원하는 도서를 골라보기 어려우니 도서관에 승강기 설치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인권센터에 상담을 의뢰했던 이00씨와 함께 활동을 벌여왔던 2년의 시간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현암도서관은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은 점차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라며, 이씨가 대안으로 제안한 “장서에 대한 주제별, 장르별 도서 검색 시스템 제작 요구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시중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라”고 답변했으며, 대신 도서관에 자원봉사자나 공익근무요원 등을 배치하여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
다며 이씨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상담의뢰 후 인권센터는 이씨와 함께 현암도서관과의 여러 차례 중재의 자리를 마련하고 설득을 통해 “2011년 추경예산에 반영하여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암도서관은 “여수시에서 엑스포 때문에 예산 반영이 어렵다고 했다”며 통보할 뿐, 어떠한 소통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이씨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되었다.
한편, 2011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씨보다 먼저 접수된 비슷한 사례에 대하여 차별시정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인권센터는 이씨와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현암도서관에 승강기 설치를 재차 요구했다.(해당 진정은 2012년 5월에 차별시정권고결정이 내려졌다) 이번에도 현암도서관은
2012년 예산 반영을 약속하였으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이를 즈음하여 여수IL과 더불어 활동을 확대하기 시작하였으며, 여수시를 상대로 도서관 승강기 설치를 요구했다. 여수시는 “엑스포가 끝나고 2013년에 설치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물론 어떤 개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가 있다고 하여 공공기관이 이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승강기 설치와 같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 해당 기관에서는 신중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가 이미 승강기 설치와 관련해 여러 차례 차별시정권고를 한 선례가 있음에도 미온적인 답변을 반복한다거나, 장애인 당사자와 인권센터 앞에서 도서관 스스로 약속한 바를 아무런 소통 없이 이행하지 않았던 부분은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얼마나 시혜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해줄 뿐이었다.
여수시가 보여주었던 안일한 태도에 분노한 장애인들은 결국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여수시장의 공식사과와 조속한 승강기 설치, 2011년 추경 예산 및 2012년 본예산 신청 사실과 심의과정, 미반영 사유 공개 등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당일 여수시가 긴급하게 협상을 제안하였고, 도서관장의 사과문 낭독과 2012년 추경예산 반영을 주요 골자로 한 내용에 합의하고 이를 기자회견장에 모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보고대회에는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시의원 등이 함께 참여하여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지지하였으며, 여수시의 약속이행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길고도 어려운 길을 걸어와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여수시의 결정은 함께 했던 장애인들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으며, 여수시에게도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시혜적 접근과 안일한 대처가 낳은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반성하는 계기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제 시혜적 접근과 소통의 부재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시립도서관에 대해 승강기 설치를 추진하는 이상,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혹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추진 과정에서의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승강기 자체는 물론 승강기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동선을 따라 설치할 편의시설과 장애인의 편리하고 안전한 도서관 이용을 위해 관련 규정 하나하나, 실효성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확인하면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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