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죽음이다
본문
우리는 또 다시 소중한 장애인 활동가를 잃었다. 고 김주영씨의 이번 죽음은 피난과 대피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가져온 죽음이며, 활동보조 지원 부족으로 인한 인재(人災)에 의한 죽음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
장애인도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차별 없이 대피할 수 없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18조에서 시설주가 장애인이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며(제1항), 시설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이 피난·대피할 수 있는 피난·대피시설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차별(제3항)임을 명시한 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피난과 대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차별을 해 왔기 때문이며, 그러한 차별로 인한 장애인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 김주영씨의 죽음은 장애인의 피난과 대피에 있어서의 차별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대피하여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오직 장애인 한 사람만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정부와 사회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결과이며, 차별은 곧 죽음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장애인이 피난과 대피에 있어서 어떠한 차별도 당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에게 있어서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할 뿐 아니라 때로는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고 김주영씨의 죽음은 활동보조 지원 제도의 부족이 얼마나 장애인에게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에게는 필요한 시간만큼 활동보조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장애인 등급제에 따른 행정적이고 형식적인 활동보조제도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며, 결국 고 김주영씨의 죽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따라서 고 김주영씨의 죽음은 활동보조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지 않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가져온 죽음이다. 따라서 정부는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등급제가 아닌 장애인의 필요에 따라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피난과 대피에 있어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장애인에 대한 피난과 대피에 있어서 더욱 심하다.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근린생활시설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에 대한 피난과 대피를 위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은 하루 하루 아무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주요 공공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에는 지체장애인 등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대피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및 지적장애인을 위한 피난 안내 서비스 역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결국 장애인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아무런 대피도 할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고 김주영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피난과 대피를 위한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주요 시설에 장애인을 위한 피난 및 대피공간을 마련하며,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대피 안내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피난과 대피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장애인이 차별 없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하라.
둘째, 정부는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라.
셋째, 정부는 장애인이 안전하게 피난과 대피를 할 수 있도록 피난․대피 시설을 설치하고 피난 시의 안내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라.
2012년 10월 29일
(사)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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