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얼어죽고, 질식해죽고, 불타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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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강추위로 수도관이 터져 온 집안이 얼음판으로 변해 집에 홀로 있던 장애인이 동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팔다리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고인의 얼굴은 방바닥 얼음에 달라붙어 있었고,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돗물을 막으려 안간힘을 쓴 듯 수도꼭지에는 토시가 걸려있었다고 한다. 고인이 생존해 있던 시기.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 달 전, 근육병을 가지고 있어 24시간 호흡기를 착용하며 살고 있던 한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집에 오는 사이 홀로 있던 시간에 인공호흡기가 빠져 숨을 쉬지 못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숨지기 전 보건복지부에 청원서를 보내 “활동보조인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실태를 파악해 주시기를 부탁한다”로 호소했다. 고인이 이용할 수 있었던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하루 평균 3.3시간에 불과했다.
오늘, 또 한명의 중증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 새벽 2시경,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혼자 남아있던 고 김주영 당원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고 혼자서 몸을 가누기 어려운 고인은 화마 속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였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태에서 대피 할 수 없던 고인은 소방차가 도착하는 동안 질식해 사망했다고 한다. 고인은 지금껏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생명과 같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장애인운동에 앞장서 왔다. 그리고 고인은 하루 중 절반이상을 활동보조인이 없이 혼자 지내왔다.
우리사회의 중증장애인들은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활동보조인의 문제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당사자들이 죽음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초지일관 예산타령만 하며 장애인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들에게 수 십 조원의 세금을 깎아 주고, 강바닥에 수 십 조원을 쏟아 붓고, 대통령 퇴임 후 살집을 장만할 돈은 있어도, 중증장애인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보조인서비스 예산은 없다는 것인가. 도대체 이 죽음의 행렬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보건복지부의 생각이 바뀔 것인가. 분노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을 고인들을 보며 일말의 책임도 느낄 수 없다는 말인가.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생명의 문제이다.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활동보조인서비스의 24시간 확대와 중증장애인들의 생존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보건복지부의 시급한 대책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2년 10월 26일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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