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YES’라는 의미 > 대학생 기자단


발달장애인의 ‘YES’라는 의미

[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하는 세상]

본문

발달장애인과 같이 생활하다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발달장애인의 말과 행동이 다른데서 오는 ‘답답함’이다. 예를 들어, 힘든 물건을 옮길 때 “OO씨(OO야), 이것 좀 도와줄래?”라고 요청하면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던 발달장애인이라도 망설임 없이 “예”라고 대답하곤 한다. 이러한 발달장애인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OO씨(OO)는 참! 친절하시네요, 고마워요” 라고 이야기하며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막상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발달장애인의 행동은 의외인 경우가 많다. ‘예’라고 대답했는데도 도와주지는 않고 본인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거나, 도와주기는 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대충 대충이다. 이는 장애가 경한 경우보다 장애가 중증인 경우에서 더욱 많이 보인다.

‘도와주겠다고 대답해 놓고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도와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라며 답답해한다. 또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나에게 반항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이래서 발달장애라고 하는구나. 발달장애인이라 어쩔 수 없지’라고 ‘장애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발달장애인과 같이 생활하다보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발달장애인은 안돼, 뭘 알아’라고….

한번 생각해 보자. 앞의 예시에서 OO씨가 대답한 ‘예’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도와줄래?’라고 물었고, 그에 대해 ‘예’라고 대답했으니까 당연히 ‘도와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도와주기 싫어요. 안도와 줄래요’라는 의미일 수 있고, 아무 의미 없는 습관성 ‘예’일 수 있다. OO씨가 대답한 ‘예’가 그런 의미라면 OO씨의 행동은 반항하는 것도 장애 때문도 아닌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인 것이다.

‘예’라고 할 수 있으면 당연히 싫으면 ‘싫다’, 아니면 ‘아니오’라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성장과정과 특성을 이해하면 ‘싫다’, ‘아니오’ 라는 용어 사용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인지기능이 낮은 관계로 대부분 반복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습득되어 진다. ‘싫다’, ‘아니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반복학습과 경험이 절대적이지만, 발달장애인은 ‘예’라는 용어보다는 ‘싫다’, ‘아니오’라는 용어에 대한 사용경험이 적다.

둘째, 왜 ‘싫다’, ‘아니오’라는 용어에 대한 사용경험이 적은 것일까? 발달장애인은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질문에 ‘예’라고 하면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고 칭찬을 해주지만,  ‘싫다’,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아니야 그건 틀린 거야’, ‘그냥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듣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자란다.

발달장애인에게 ‘싫다’, ‘아니오’라는 말은 자신의 의사표현이기 보다는 ‘부정적이고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용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편, ‘예’ 라고 말해놓고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비록 답답해하긴 하지만 ‘장애’ 라는 이유로 발달장애인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상황을 겪어오면서 발달장애인은 질문의 내용이나 의도 보다는 습관적으로 ‘예’라는 말을 사용하고 때로는 ‘아니오, 싫어’의 의미로 ‘예’ 라고 답하는 것이다. 

셋째, 발달장애인에게는 ‘싫다’, ‘아니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싫다’, ‘아니오’라는 말을 하는 순간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혼나야 하는 상황에서 왜 싫은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생각해서 이유를 설명할 때까지 사람들은 참고 기다려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싫다’, ‘아니오’라고 말한 발달장애인의 의사가 무시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이 ‘싫다’, ‘아니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고 반복된 연습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의 진정한 생각을 알기위해서는 ‘예’ 뿐만 아니라 ‘싫다’, ‘아니오’라고 이야기하는 발달장애인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본인의 의사를 표현했다는 것만으로 발달장애인을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또, 발달장애인이 ‘싫다’, ‘아니오’, ‘예’라고 대답했을 경우 그 이유를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들어보려 노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외래강사, 일본쓰쿠바대학 심신장애학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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