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복지 공약 없는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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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여야 유력한 대선 후보들 모두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등록 장애인 인구만 260만 명이 넘고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 인구를 합치면 5백만 명에 가까운 장애인 인구가 있다는 게 정설인데 대선 국면에서 이 5백만의 장애인들 존재는 철저하게 흔적 없는 유령 취급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보편적 복지를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보편적인 복지 청사진 안에 구체적인 장애인 복지 공약은 없다.
들리느니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문제, 노인 문제, 하우스푸어 문제, 골목상권 문제 등을 해결 하겠다는 공약들뿐이다. 물론 구성원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이 대선국면에서 공약으로 채택되는 과정을 통해 해결 방안이 모색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열거한 사회현안들의 중요성을 부정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장애인 문제는 성격상 다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장애인들의 당면 현안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요한 대통령 선거 후 장애인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지의 판단 근거가 어쨌든 대선 국면에서의 장애인 복지 공약이고 보면,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 모두 장애인 복지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장애인들 모두 동의할 것이다.
설마 여야와 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 장애인들이 더 이상의 복지가 필요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테고, 그렇다고 구체적인 복지 공약을 내세우지 않아도 장애인들은 결국 모두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복지 공약을 내놓지 않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유력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인 장애인 복지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는 걸까.
돌이켜 보면 이번 대선에서 구체적인 장애인 복지 공약이 가시화 되지 않고 있는 일차적인 원인은 장애인들이 그동안의 선거에서 복지공약에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있은 여러 번의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들이 여러 가지 장애인 복지 공약을 내놨지만 그 공약을 검증하고, 결론을 내려서, 장애인들에게 유리한 공약을 내 논 정당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투표장에 가서 반드시 그 정당과 후보에 투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장애인과 장애계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원인은 유추해 보면 선거 과정에서 정당들이 그 어떤 복지공약을 내놓는다 한들 결론은 장애인 다수가 정책 공약에 상관없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더라는, 여러 번의 선거에서 가설로 굳어진 장애인들의 투표 성향이 이번 대선에서 정당과 후보가 장애인 공약 내놓는 걸 외면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심하게 말하면, 여당은 장애인 계층을 든든한 집토끼라고 판단해서 복지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고, 야당은 장애인 복지를 공약해 봤자 장애인들 다수가 결국 여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서 장애인 복지 공약 내놓는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원인은 착시 현상이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장애인 관련 법이 열 개 넘게 존재하고 있고, 활동보조인지원제도 등이 실시되고 있다는 이유로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장애인 복지를 외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듯한 겉모습에 비해 정작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절대 빈곤에 시달리며 처참한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오래 전 소아마비 장애인 김순석 씨는 “왜 저희는 골목골목 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라고 절규하며 죽어갔고, 뇌성마비 장애인 최옥란 씨 또한 “도대체 나보고 26만 원 가지고 어떻게 살라는 건지” 라고 절규하며 죽어갔다.
그런데 이 오래 전 죽음이 결코 오래된 죽음이 아닌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장애인들이 놓여 있는 현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장애인과 가족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나마 선거라는 이벤트를 통해 장애인 현실과 삶을 바꿀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장애인들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약은 없더라도 최소한 어느 후보가 앞으로 5년 동안 장애인들에게 손을 내밀 것인지, 냉철한 판단 후에 투표장에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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