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아주기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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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관심과 우려 속에 지난 5월 30일 제 19대 국회의 제 1호 법률안으로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하 발달장애인법안)’이 발의되었으며,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7월 18일 개최되었다.
법률안은 ‘발달장애인은 강점과 잠재력을 가진 사회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며 자신의 선택과 의사결정에 따라 지역사회에 참여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기본이념 아래, △발달장애인의 권리 및 차별금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발달장애인특별기금 조성 △발달장애인 정책심의·조정기구 설치 △한국발달장애인지원공단과 발달장애인 지원센터 설치 △발달장애 및 발달장애인 관련 연구 활성화 △발달장애인 권익옹호 기관 설치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지원체계를 발달장애인지원공단 및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개인소득 수준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하며 발달장애인 자조그룹 및 자조그룹 혐의체 지원을 위한 경비 및 보조인력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법률안 시행을 위해서는 매년 2조1천억에서 3조2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2012년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복지예산(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포함)인 9천6억 원의 2배에서 3배에 이르는 예산이다. 이 법률안대로 예산이 확보된다면 발달장애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최저생계를 보장받고, 국가와 사회가 지원하기 때문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을까? 비장애인들이 보면 아마도 ‘우리는 세금도 내고 직장생활이 힘들고 괴로워도 참아가며 일하는데 왜 우리에게는 이렇게 안 해주지?’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만약 비장애인인 우리에게 국가와 사회가 ‘당신은 불쌍하니까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그냥 국가에서 주는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면서 서비스를 받기만 해라’라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까? 정말 행복할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싫지 않을 것이다. 공짜로 준다는데 싫다고 거절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공짜로 받는 게 마냥 좋고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로부터 불쌍한 존재, 동정의 대상으로 낙인 되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항상 받기만 하는 존재로 남아있으라는데 마냥 좋고 행복할리 만무하다.
발달장애인에게 ‘당신은 아무것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니?’라고 물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와 놀림을 당해 온 발달장애인들의 대답은 백이면 백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들로부터의 무시와 따돌림, 편견, 동정을 수없이 몸으로 경험해온 발달장애인에게 그 말처럼 싫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인 우리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이렇게 느끼는데, 현재 발의된 발달장애인법안은 좋은 내용도 많이 담겨있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사회적으로 불쌍하고 동정을 받으며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그들에게 행복이며 그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의견을 청취하기 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서둘러 법안을 발의하다보니 생긴 모순이며 실수일 것이라 생각된다.
법률안을 마련했던 곳에서 앞으로 한 달간 발달장애인법안에 관한 의견수렴을 통해 법률안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률안을 수정할 때는 발달장애인들이 장애로 인해 안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이를 바탕으로 국가차원에서 지원해주어야 할 내용을 정하고, 발달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향상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나 부모와 같은 제 3자가 아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아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성경의 구절처럼 발달장애인에게 물고기를 잡아다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발달장애인법안이 될 때, 비로소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법의 필요성은 물론 예산지원에 공감할 수 있고 현실성 있는 법률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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