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소파가 멋진 가죽 가방으로? > 대학생 기자단


가죽소파가 멋진 가죽 가방으로?

[황용운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본문

필자는 어려서부터 버리는 걸 무척 아까워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면 보기에는 멀쩡한데, 제 기능을 하기에는 지극히 사소한 결함을 안고 있는 물건들을 집으로 하나, 둘 곧잘 모셔 오곤 했다.

나의 이런 성향은 태생적 존재 목적을 잃어버린 물건들에 대한 아까움과 잘만 손을 본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부터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그런 나를 바라보는 엄마는 항상 ‘쓰레기’를 가져온다고 못마땅해 하셨다.

어른들의 지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노라면, 보릿고개를 넘고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차마 눈물 없이는 듣기 힘든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는데, 2012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버릴 것도 있고, 주울 것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저마다의 개성이 드러나는 사회일수록, 필요에 의한 소비를 넘어, 유행을 쫓는 소비가 자연스러워진다.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유행을 따라가다 보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좋은 물건들도 쉽게 버려지는 세상이 되었다. 

필자가 이렇다 할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동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불편함이라면, 나 편한대로 살다가 다음 세대에게 너무 큰 죄책감이 들 거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버려지는 물건의 쓰임을 연장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게는 필요 없지만 버리기에 아까운 내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쓰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먼저 소비를 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우선, REduce(리듀스). 줄여야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쓸모없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 쓰지 않고 궁상맞게 무조건 아끼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쓰임새에 맞는 소비를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두 번 후회할 거 한번 아쉬워하는 소비가 될 것이다.

둘째는, REuse(리유즈),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앞서 소비를 줄인 탓에 한번 아쉬워하게 되는 것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필요한 사람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증하는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쉽게 눈에 띄는 재사용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내 아쉬움을 ‘기증’ 이란 방법으로 건네 보자. 보람찬 순환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셋째는, REcycle(리사이클). 다시 만드는 것이다. 한쪽 면이 낡아서 입지 못하게 된 의류, 일부분이 해어져 미관상의 이유로 버려지는 가죽소파, 한 번의 행사가 끝나면 무용지물 버려지는 길거리 현수막 등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폐기되는 많은 형태의 자원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의류에는 주머니가 많다. 가방을 만들 때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머니는 있는 그대로의 디자인이 될 수 있다.

체크무늬, 스트라이프 등 와이셔츠의 다양한 패턴과 단추는 서로 다른 소재와 믹스매치 했을 때, 독특한 디자인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 유행 지나 버려진 양복으로 제작한 가방들 (사진 제공=에코파티메아리)

현수막은 어떨까? 현수막은 정보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기에 그 자체로 화려하고, 컬러풀하다. 그래서 인쇄 된 독특한 한글과 눈에 띄는 화려한 색감은 외국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와 같이 의외로 주어진 자원을 놓고 디자인을 고민해 보면, 더 이상 덧댈 것 없는 담백한 디자인이 탄생하고 미적감각은 물론,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많은 폐기물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자원으로 활용돼 멋진 디자인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은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 될 수 있다.

재사용이 어려운 폐기물로 가방도 만들고, 카드케이스, 파우치도 만들어 보면서, 매치니코프만 가능할 줄 알았던 ‘생명 연장의 꿈’을 함께 실현해 보는 건 어떨까?   

한 물품의 사용·순환 주기가 늘어날수록 환경파괴는 줄어들 것이고, 인간의 안락한 행복지수는 올라 갈 것이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것을 넘어 수선하고, 고치고, 다시 만들어 쓰는 세상. 우리가 지향하고, 만들어가야 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작성자황용운 (아름다운 가게 에코디자인사업팀 팀장)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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