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발상의 기립형 전동휠체어 ‘Tek RMD’ > 대학생 기자단


특별한 발상의 기립형 전동휠체어 ‘Tek RMD’

[남세현의 보조공학 이야기]

본문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기립기능이 있는 수동휠체어나 기립형 전동휠체어. 휠체어라고 불리는 모든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특징을 짚어보라면 바로 바퀴가 달린 의자의 모양으로 생겼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제품은 개발된 나라만큼이나 독특한, 기존의 휠체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특징을 깨뜨린 좀 파격적인 형태의 이동보조기기 ‘Tek RMD(Robotic Mobilization Device)’다.

일단, Tek RMD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의 모양으로 생기지 않았다.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간단한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동휠체어와 같은 기능을 한다. 또 몇 가지 스위치를 조작하면 앉아 있던 상태에서 몸을 세워 서 있는 동작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기립형 전동휠체어와 같은 기능을 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엉덩이와 등받이를 중심으로 사람이 앉게 되는 의자의 모양이 없으며, 앞쪽에 무릎과 배를 받쳐주는 받침이 있고, 그 받침이 고정된 기둥에 손잡이와 조이스틱이 달려 있다. 또 그 기둥에 안전벨트 버클의 형태로 매달아서 고정하는 그네와 같이 생긴 안장이 있으며, 허리와 등을 감아주는 넓은 벨크로 벨트로 몸을 제품에 고정해서 사용하는 등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바꿔서 표현하면 기기 앞쪽에 있는 기둥이 ㄱ자 모양으로 꺾인 상태에서 앞쪽에서는 무릎과 배를 받쳐주고 뒤쪽에서는 그네처럼 생긴 의자와 ㄱ자 모양의 기둥 시작 부분에 고정된 허리벨트로 사람이 약간 매달린 듯이 앉아서 조이스틱을 조정하면서 이동을 할 수 있게 돼 있는 제품이다.

사실 앉아 있는 자세 자체는 의자 모양으로 되어 있는 일반 전동휠체어보다 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전동휠체어의 사용자들이 침대나 의자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전동휠체어로 옮겨 앉을 때 겪는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다. 대부분 전동휠체어와 침대, 혹은 전동휠체어와 의자는 마주 바라보거나 옆에 나란히 세운 상태에서 엉덩이를 옮겨 앉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마주 볼 때에는 사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180도 바꾸면서 자세를 움직여야 하는 고난도의 동작을 요구하고, 나란히 있을 때에도 마치 절벽을 넘어가듯이 의자와 휠체어 의자 사이의 넓은 공간으로 떨어지지 않고 넘어가야 하는 동작이 필요하다. 그나마 팔의 힘이 좋으면 문제가 적은데, 팔의 힘이 약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Tek RMD는 팔에 힘이 없더라도 약간의 손기능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옮겨 앉을 수 있다.

우선 무선 조종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조이스틱 장치를 본체에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침대나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무선 조종으로 제품이 사용자가 앉아 있는 정면으로 다가오도록 운전을 할 수가 있다. 그렇게 현재 앉아 있는 위치에 정면으로 제품이 다가오면 무릎과 배를 고정하는 지지대가 몸에 딱 붙도록 위치시키고, 제품에 있는 그네 모양의 안장을 엉덩이 밑으로 살짝 통과시켜서 제품의 앞쪽 기둥 양쪽 고리에 안전벨트 버클을 채우는 방식으로 걸어 준다. 그리고 20~30cm 정도 너비의 벨크로 천 벨트로 제품의 기둥 부분과 사용자의 허리 부분을 감아서 고정한 후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사용자를 고정하고 있는 벨트와 그네형태의 안장이 고정된 기기 부분의 높이가 살짝 높아지면서 사용자가 앉아 있던 의자에서 약간 들리는 형태가 된다. 앞서서 기기 기둥의 기본 모양이 ㄱ자라고 했는데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이 모양이 1자 형태로 펴지면서 사용자를 고정한 벨트들이 장착된 앞쪽 끝 부분 높이가 조금씩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기기에 매달려서 앉아 있는 듯한 자세가 유지되기 시작하고,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혼자 앉은 자세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휠체어로 옮겨 앉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기립기능은 매달려 앉은 자세에서 스위치를 조작해서 ㄱ자 모양의 기구 기둥을 완전히 1자로 펴면 사용자를 고정한 앞쪽 부분의 높이가 조금씩 더 높아지면서 무릎과 허리가 곧게 펴지게 되어서 서 있는 자세가 된다. 기기의 앞쪽에는 이동에 사용하는 조이스틱을 비롯한 스위치 조작부와 자전거 손잡이처럼 잡고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 부분이 있어서 앉거나 서 있을 때보다 편한 자세를 유지할 수가 있고, 반듯하게 1자로 서는 것 외에도 약간 구부정하게 앉는 듯한 자세에서도 높이 고정이 가능하므로 다양한 높이의 테이블에 높이를 맞춰서 앉아 있거나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고 이동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다. 그 외도 일반적인 휠체어와 달리 좌우 폭이 36cm 정도로 좁고, 앞뒤 길이도 62cm로 작으므로 좁은 공간을 통과해서 이동할 수 있고 회전하는 데 필요한 반경이 좁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바퀴가 휠체어 바퀴처럼 커다란 것이 아니라 바닥에 붙은 작은 바퀴를 사용하기 때문에 높이가 좀 높은 턱을 넘는다거나 경사가 가파른 곳을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휠체어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특정한 실내 공간 내에서 기립과 이동을 사용하는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쓰기에 적합한 전동식 기립·이동 보조기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휠체어에 비해 여전히 단점과 제약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발상을 뒤집을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제품만큼이나 독특하다고 얘기했던 Tek RMD는 터키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작성자남세현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립지원팀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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