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다고 치워 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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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이 시행된다. 그 법 내용은 이러하다.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말인즉슨, 장애인이 지하철에서 구걸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연관해서 경찰이 이른바 주폭(주취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집중단속 한 달 만에 주폭 구속자가 100여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1천여 명을 구속할 때까지 주폭 집중단속을 계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이번에 구속된 100여 명 중 82명이 무직인데 대부분이 노숙인으로 추정된다는 게 한 신문보도다. 한겨레신문은 경찰의 주폭 단속에 대해, 노숙인들을 때려잡는다는 격한 표현을 썼다.
서울 한 지역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단합해서 공원에서 노숙인들을 몰아냈다. 공원 근처 가게들은 노숙인에게 술을 팔지 않았고, 찜질방도 노숙인은 받지 않았다. 주민들이 ‘노숙인들을 상대로 집단전쟁을 선포해서 마침내 평화로운 동네 공원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고 한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걸인들의 상당수는 장애인들이다. 또 거리나 공원 등의 노숙인 중에서도 쉽게 장애인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으로 구걸행위를 하지 못하게 처벌하고, 술을 먹는 노숙인들을 모두 잡아 가두겠다는 경찰의 강경 대응을, 촉수를 세워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면, 이런 대응들은 어쩌면 장애인 중에서도 빈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너희들을 거리에서 쓸어버리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볼 수도 있다.
법도 그렇고 공권력도 그렇고 장애인들이 왜 구걸을 해서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또 장애인이 포함된 이른바 주폭 노숙인들이 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도 일절 없다. 다만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내쫓고, 한 신문 표현대로 때려잡으면 그만이고 전부인 게 정부와 사회가 이른바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책들이다.
문제가 심각한 건 이런 야만의 그림들 뒤편에 과연 무엇이 있는가, 라는 물음이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핵심은 보기 싫다는 것이고, 보기 싫은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이고, 일차적으로는 걸인들과 노숙인들이 보기 싫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보기 싫은 대상이 걸인과 노숙인으로만 한정될까?
역시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정부와 사회가 불편해하고 짜증 내는 존재에 분명 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부인하고 싶겠지만 부인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서 걸인과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치워진다면 그다음 차례는 장애인이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측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2차 대전에서 벌어졌던 일인, 장애인을 가스실에 몰아넣어 학살했던 극단적인 상황까지 되풀이되지는 않겠지만, 세상이 지금처럼 미쳐 돌아가서 걸인과 노숙인들이 모두 치워진다면, 어쨌든 장애인도 보기 싫은 존재라는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에, 최소한 장애인들이 숨죽이고 불안에 떨며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다가올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보기 싫은 대상을 쓸어버리는 대책 외에도 사법부도 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 시위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무관용으로 일관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법과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옥죄고 공격하고 있는데, 거리의 구걸인도, 노숙인도, 장애인도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인권을 가진 존재라는 항변은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구체화 되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장애인들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점은 이 사회가 보기 싫어하는 대상이 비단 구걸하고 거리에서 노숙하는 장애인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빈곤장애인들과 연대해서 장애인이 거리에서 구걸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고, 술을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고, 이 때문에 빈곤은 처벌 이유가 될 수 없고, 치워지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작은 목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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