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성인, 인지학습능력은 낮아도 판단능력은 있어
[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 하는 세상]
본문
발달장애란 발달기 과정에 발생한 장애로 말미암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용어다. 즉, 어린이집(유치원)이나 학교 및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습득해야 하는 사회생활과 대인관계, 인지학습, 사회적 통념과 상식, 일상생활 등이 장애 탓에 몸에 익숙해지거나 습득되는 것이 지연되거나 배울 기회조차 없어 자아존중감이나 자아정체성이 낮아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발달장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흔히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발달장애로 일컫고 있다. 또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인지·학습이 필요한 특정 과목을 일반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서 수업할 정도로 인지·학습 능력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말미암아 일선 현장이나 부모들은 발달장애성인을 대하거나 지원할 때도 아동을 대하듯 하거나 ‘비장애아동이나 유아용으로 제작된 교재’를 사용하곤 한다. 애니메이션이나 그림 등을 활용하거나 비장애아동용으로 제작된 교육 프로그램을 발달장애성인에게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나름 발달장애인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 30~40대인 비장애성인을 아동처럼 대한다면 그 당사자나 주위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비장애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며 주위의 반응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비장애성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이러한 감정과 주위의 시선을 발달장애성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 또 인지학습 능력이 낮기 때문에 발달장애성인은 이러한 감정이나 상황을 판단할 능력이 없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웃 나라 일본의 조사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동양문화권인 일본의 발달장애인 자조 그룹 리더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나쁜 지원 중 하나로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발달장애성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본인을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것을 싫어하며 그 상황을 판단할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우리나라 발달장애성인들을 만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 ‘애들 취급하는 것’, ‘시켜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것’ 등을 거부반응을 보일 정도로 싫어하고 있었다.
즉, 발달장애성인은 인지학습능력의 부족으로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성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수준에 맞게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좋고 나쁨’,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발달장애아동과 발달장애성인은 무엇이 다를까?
첫째, 발달장애아동과 발달장애성인은 학습욕구에서 차이를 보인다. 발달장애아동은 학교 교육이나 가정교육을 통해 교사나 부모나 치료사 등에 의해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아 학습욕구가 지극히 수동적이지만, 발달장애성인은 학교나 가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넓은 공간을 접하면서 다양한 자극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알고 싶은 것이 다양해지고 이에 따른 자발적인 학습욕구도 강해진다.
둘째, 알고자 하는 것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발달장애성인은 본인의 신체적 변화와 사회생활 및 일상생활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되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이 구체화된다. 예를 들어 월급, 상여금, 세금의 의미, 본인의 행동에 대한 직장상사의 태도, 의사의 진단내용, 직장동료와의 관계, 남녀관계 등. 본인들이 현재 접하고 있는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셋째, 인정받을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다양하다. 아동기의 평가기준은 학습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발달장애 성인은 학습능력 이외에도 직업, 인간관계, 사회생활, 취미생활 등 사회로부터 다양한 부분에서 평가된다. 이는 발달장애성인은 주위로부터 인정받을 기회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자아실현이나 자기성취감을 높일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발달장애아동과 발달장애성인은 서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동과 성인의 지원에서도 차별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 발달장애성인의 문제를 발달장애아동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판단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발달장애성인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으며 발달장애성인을 더욱 장애인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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