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를 꿈꾸는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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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법조계에 매우 의미 있는 해입니다. 지난 1월 3일부터 7일까지 로스쿨생들의 변호사시험이 있었고, 곧 1천500명가량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될 예정입니다.
사법연수원 출신도 예년과 같은 수로 배출됩니다. 지난 1월 19일 약 1천 명가량의 사법연수생들이 수료식을 마치고 각자의 법조 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결국, 2천500명가량의 법조인이 한 해에 배출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들에게 놓인 어려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법연수생 중 취업이 확정된 비율이 40%에 불과하다고 하고, 로스쿨생들의 경우 변호사시험 이후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급여나 처우도 예전보다 못하고 어딜 지원해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입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제가 가장 기대했던 분야는 공익분야였습니다. 공익분야를 최종 목표로 하여 사법시험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고 설령 그러한 목표가 있었다 해도 막상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는 목표를 수정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가 되는 문턱을 많이 낮추어 공익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이 로스쿨에 많이 진학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도 지난 2~3년간 공익에 관심 있는 로스쿨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걱정은 공익분야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에서 설립한 공익재단인 동천에서 얼마 전 공익변호사 2명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는데,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많은 지원자 중에서 좋은 분을 뽑을 수 있겠다 싶어 나쁘지 않았지만, 저희는 2명밖에 선발할 수 없고, 그렇다면 공익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그 많은 지원자가 어디로 가게 될까 참 답답했습니다.
공익을 꿈꾸는 새내기 변호사 중 일부는 안정된 급여나 정해진 일정 없이 공익이라는 현장에 무작정 뛰어들어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여기저기서 변호사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먼저 이분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해 주고 싶습니다.
자신을 내던진다는 것. 절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동력이 되리라 확신하며, 이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현장’과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슈의 출발점이 현장이고, 이슈의 최종 목적지가 바로 현장입니다. 현장이란 인권침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곳이고 공익이 실현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공익변호사가 지켜야 하는 곳이 바로 현장입니다. 그래서 공익변호사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나의 현장은 어디인가를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을 훈련해줄 선배가 없는 곳에서 스스로 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내 주장의 법적 근거와 논리를 챙겨 보아야 하고, 상대를 비판하기에 앞서 사실이 나의 편인지 찬찬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저는 책상에 “진실과 정의에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메모를 붙여 놓고 있습니다. 정말 억지를 피우는 상대들을 만나며, 때로는 내 주장이 옳다며 핏대를 세웠지만, 진실이 내 편이라 하더라도 사실로, 법리로 주장하고 설득하는 지루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크게 말하기보다 더 많은 사실과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공익변호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은 진실이 내 편이기 때문에 내 주장은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도 내 편인지, 법리도 내 편인지도 항상 살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멀리’ 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을 10년 뒤에 이루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긴 호흡으로 현재를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먼 목표는 곧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배는 목표가 분명하므로 잠시 정반대로 항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가야 합니다.
공익변호사들의 사회 진출을 누구보다 기다려왔던, 특히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 함께 할 후배들을 기다려왔던 선배로서, 요즘은 큰 부담감이 있습니다.
때로는 저 역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함도 느낍니다. 그러나 저 역시 긴 호흡으로 이들과 함께 바꾸어 갈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2012년 새해! 현실을 뛰어넘는 기대감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새내기 공익변호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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