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학교에서 본 제주 전통놀이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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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오사카라는 곳은 식민지시대부터 일본에 건너오신 재일교포들이 많이 살고 계신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몇 차례나 한 적이 있는데요. 이곳 오사카시 이쿠노에서 14년을 넘게 살면서 기본적인 언어는 일본어지만 너무나도 한국적인 이 동네의 분위기가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떠나 있는 사람으로서 위로도 받지만, 일본에 와서도 이렇게 자주 한국 전통음악이나 전통예술 등이 펼쳐지는 자리를 보게 되니 오히려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오랜 세월 무시되거나 외면되는 서러움을 겪어왔던 재일교포들의 측면에서 보면 갑자기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을 좀 적응이 어렵지만, 동네의 특색을 긍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요즘같이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는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죠.
얼마 전 11월 13일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리는 동네에서 시장잔치가 열렸었는데요. 상점가의 홍보를 겸해 대대적으로 선전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짜서 일요일 하루를 흥미롭게 꾸몄답니다. 그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들, 예능인들이 펼치는 한국의 전통 무용이나 민요, 판소리, 사물놀이 등의 공연과 한국에서 온 가수 등의 토크쇼 등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제가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날을 위해서 특별히 한국 제주도에서 참가한 ‘두루나눔’이라는 전통문화놀이패예요.
그렇게 먹고 살기가 어렵던 시절에 제주와 오사카 사이를 오가는 기미가요라는 배가 있어서 오사카에 오게 된 분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제주도 사투리를 많이 듣게 되었지요.
사실 우리 남편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주도에서 오신 재일교포 3세거든요. 그런 사유로 이번 마을잔치에 제주도 분들이 오셔서 특별히 공연에 임하시게 되었다고 해요. 저는 행사가 끝난 후 이분들께서 동네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하여 꾸민 공연도 보러 갔었는데요. 우리 아이들을 한국계 학교에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일본 공립학교에는 갈 일이 없어 좀 새삼스러웠습니다.
‘설비를 잘 갖추어 놓았구나, 일본에는 지자체의 건축물에 배리어프리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공공건물은 잘해 놓는구나’ 하는 느낌이 첫인상이었죠.
그리고 한 십여 분 기다리니까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들어왔어요. 일본도 아이들을 많이 낳지 않아 학급수가 많지 않아요. 한 학급 30여 명에 한 학년에 반이 두 개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휠체어를 탄 아이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들어오는 거예요.
저는 일본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장애를 가진 학생을 만나본 적이 있어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350명 학생 중에 휠체어를 타는 학생 두 명이 함께 공연을 보러 온 모습을 보면서 좀 마음이 꽉 차올라 오는 것 같았어요.
그 안에 혼자서는 몸을 가누기 어려운 꽤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솔직히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우리가 말하는 통합교육 그리 쉽지 않아요. 마음의 단추를 여는 게 제일 어렵고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의 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그리고 그것을 실천해 옮길 수 있도록 시설과 설비의 턱이 없어져야 하겠지요.
그리고 꾸준히 서로 보고 손을 잡아주는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요. 한국과 일본이 다르다는 것, 그 문화의 차이가 색다른 것뿐만 아니라 새롭고 흥미롭다는 것, 그 다름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라와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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