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시간, 맞이하는 시간
본문
"1월17일 오늘도 춥고 건조한 날씨가 되겠습니다."
2012년 새해라고 달력을 바꿔 달기는 했는데 벌써 17일이라……. 뒤를 이어 오늘은 특히 한신고베대지진이 일어난 지 17년이 되는 날이라는 뉴스가 이어지네요. 벌써 그렇게 되는구나. 이런 한겨울, 따뜻한 방안에 꼼짝 안 하고 있어도 이렇게 몸이 움츠러드는데, 새벽에 갑자기 일어난 지진으로 혼비백산이 되어 피난했던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얼마나 추웠을까. 뉴스를 들으면서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고, 기침에 재채기, 콧물까지 흐르는 감기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질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일본은 바로 10개월 전인 작년 3월11일, 몇 십 배나 더 넓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훨씬 더 많은 인명과 큰 재산 피해를 일으킨 동일본대지진을 경험했고, 그 참상이 선명하게 떠오르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죠. 10개월이 지났지만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에 사람들의 과욕과 과신에서 불러들인 인위적인 재해가 겹쳐 그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고요.
넓은 공원에서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장애인들이 만든 공예품 등도 판매해 그 수익금은 지진피해를 입은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들을 위한 의연금으로 전달됩니다.
또 공원 중앙에 마련된 무대는 노래와 무용, 취주악단 연주, 생활용품을 악기로 한 독특한 연주팀, 레슬링 선수와의 대담 등 각종 공연 프로그램으로 꽉 채워졌습니다.
중간에 약간 비가 내려 관객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날 그 행사에 함께하기 위해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마당을 가득 메웠고, 행사가 끝나는 6시까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다 같이 어울려 함께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이 들지만 울고 낙담하고 있지만 말고, 큰소리로 같이 노래하고 손을 잡고 힘을 내자고, 누구라도 슬픔을 혼자서 감당하자면 더 슬프고 서러워지기 마련이니까 같이 소리쳐 울고 나서 다시 힘을 짜내보자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새해라지만, 하루하루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그저 스쳐 가 버리는 것 같아 허전하고 막막할 때도 있어요.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부족한 것, 못마땅한 것, 실망한 것도 많아요. 하지만 새 달력을 넘기며 그건 그때고 지나간 일,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시간, 그 오묘한 삶의 궤적.
설날 따끈한 떡국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마음도 다잡아먹고, 머리의 회로를 긍정적으로 바꿔봐야겠어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