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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차이

[조원희의 법으로 세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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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 온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일 것 같은데, 보는 관점에 따라서 너무나 다른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을 흔히 ‘사관(史觀)’이라고 하는데, 같은 시대를 보더라도 사관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배웠던 역사는 정치사적 관점에서 서술된 것인데, 주로 언급되는 것들이 정치지도자(예컨대, 왕과 신하들)나 정치제도입니다. 무슨 왕이 언제 무엇을 만들었고 하는 식의 역사적 서술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점이 있습니다. 정작 당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민중들의 삶이 역사에서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사회사적 관점이라고 하는데, 정치제도보다는 민중들의 삶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대학 때 프랑스농민사를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내가 왜 수 백년 전 프랑스 농민들이 식사 때 뭐를 먹었고 무슨 옷을 입었는지를 공부해야 하는지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그들의 생생한 삶을 지켜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역사라고 할까. 거대한 정치제도와 함께 그 속에서 살아간 민중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문제의 해결이나 변화의 방향이 항상 제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장애는 어떨까요? 역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합니다. 장애의 원인을 보는 관점으로 의료모형과 사회모형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의료모형은 장애를 의료의 문제 또는 개인의 문제로 보며, 비극이나 무능력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통제, 적응 등을 강조하게 됩니다. 반면 사회모형에서는 장애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비장애인과의 불필요한 비교 때문이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억압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사회모형에서는 장애인의 권리와 선택 그리고 사회 사체의 변화를 강조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된 모형은 당연히 장애인과 관련한 정책과 법률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도 사회모형의 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 장애계의 화두를 하나 꼽자면 단연 ‘인권의 주체’로서의 장애인일 것입니다. 복지나 봉사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로서의 독립과 책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다양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올 초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10월경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위 법에서는 활동지원급여의 종류를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활동보조란 활동보조인이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가사활동 및 이동보조 등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가 신체활동, 가사활동 및 이동보조로만 제한되는 것이 타당할까요? 법률이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를 장애인이 가지는 신체적인 약점을 보완해 주기 위한 제도 정도로 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즉,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누리는 것과 동일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책임 하에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돕기 위한 목적에서가 아니라, 여전히 지원이나 수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듭니다. 

  어느 관점이나 한계는 있게 마련이고, 어느 관점에 문제가 있어 새로운 관점이 나오더라도 그 관점 역시 비판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장애인과 관련한 입법에 있어서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를 바꾸면서도 정작 내용은 여전히 제자리인 법률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성자조원희 변호사  WHC@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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