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반드시 수술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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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물건을 들다가 삐끗 했다고 한다. 조금 쉬면 좋아질 것 같아서 쉬었는데도 계속 아프다고 한다.
통증의 양상에 대해서 물었더니 누웠다가 일어설 때 통증이 가장 심하고, 오른쪽 종아리 뒤쪽으로 전기가 통하듯이 너무 저려서 걷기도 힘들다고 한다. 보통 다리까지 저린 증상은 ‘추간판 탈출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흔히 말하는 ‘디스크’다.
척추에는 그 사이에 말랑말랑하고, 탄력성이 있는 디스크 조직이 있어서 우리가 허리를 숙이고, 젖히고, 돌리는 등 다양한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이렇게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 디스크가 손상을 받아 제 위치에서 튀어나오게 되면, 주변에 있는 척추 신경을 눌러 다리가 저리게 되는 것이다.
혹시 대소변을 조절하기 힘들거나, 발등과 엄지발가락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없는지 물었더니 다행히 없다고 한다. 이 경우 수술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척추 신경은 연약한 조직이라서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강하게, 오래 누르게 되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긴다. 이 증상이 있지 않은 이상은 대부분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척추 전문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허리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 심지어 요즘은 청소년들도 종종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 최근 주변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좋지 않은 자세와 생활 패턴의 변화도 척추 질환 환자가 늘어난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게 되었다.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로 의자에 비스듬히 앉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좋지 않은 자세는 골반을 변형시키고 허리에 무리를 준다. 주부들은 대부분 같은 높이로 제작돼 높이가 맞지 않는 싱크대에서 웅크린 자세로 요리를 한다.
추간판 탈출증은 MRI 촬영상 디스크의 위치와 척추 신경이 눌린 정도와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추간판의 탈출 정도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운다.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이 반드시 디스크와 신경에만 있지는 않다. 대부분은 평소 좋지 않은 생활 습관과 자세로 인해 척추 주위에 있는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고 긴장되어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치료 역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허리를 강화시키는 한약과 더불어, 통증을 없애고 근육을 풀어주는 약침, 봉침 요법, 경락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는 침구 요법, 인체의 골격의 정렬을 맞추어 주는 추나치료 등을 병행하여 실시한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 가량 치료를 받으면 많은 호전을 보여 일상적인 생활에 무리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척추는 평소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조심해야 한다. 요령 없이는 물건의 무게가 디스크에 고스란히 전해져서 더 큰 손상을 받기 쉬운 까닭이다. 물건을 들 때는 반드시 무릎을 굽히고, 최대한 허리를 곧게 펴야 한다. 하체의 힘까지 사용해서 허리에 힘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평소 앉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서있을 때보다 앉았을 때 허리에는 오히려 더 많은 무리가 간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무게는 누워 있을 때에 비해 세 배, 서 있을 때보다 두 배 정도 더 가해진다. 앉아 있을 때는 무릎의 높이가 엉덩이의 높이와 일직선이 되도록 하며, 머리와 목, 허리선 역시 수직이 되도록 한다. 머리를 최대한 높이 든다는 생각으로 자세를 취하면 쉽다. 머리가 척추에 비해서 앞으로 나올수록 디스크에 가해지는 무게는 더 늘어나기 때문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를 권한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 때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굽힌다. 무릎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면 골반과 허리도 따라간다. 긴장된 허리 근육과 인대가 이완되면서 통증을 줄여준다.
자생한방병원 한의사 김지용
※김지용 님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함께걸음에 좋은 글을 보내주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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