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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면 맞이한 영국의 장애아동 교육제도

[배상억의 영국 이야기] 특수교육 제안서(Green Paper)

본문

글 배상억 ㅣ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Management in Special Education’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영국 특수 교육의 법적 근거가 되며 정책에 있어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 1978년에 작성된 워녹 보고서 (Warnock Report)와 이에 영향을 받아 재정된 1981 교육법 (Education Act)에 따라 영국도 통합 교육 (Inclusion Education)이 특수 교육에 있어 기본 정책이 되어 왔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많은 특수학교 (Special School)들이 문을 닫았으며, 또한 통합 교육을 하려면 선생님들부터 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특수 교사를 배출하는 대학의 학부과정도 거의 폐지되었으며 현재는 전무하다시피 되었다.

  워녹 보고서와 1981 교육법의 또 다른 중요한 내용은 그 동안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됐던 장애 유형에 따른 구분 (Disability Classification)이 이때를 기점으로 폐지됐다. 장애 유형 폐지의 배경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유형의 구분만으로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애 유형 폐지에 따라 ‘특수 교육 욕구’ (Special Education Needs)라는 용어가 사용됐으며, 모든 종류의 장애 유형이 이 큰 범위 안에 포함됐다.

  정책의 변화에 따라 일선 교육 현장에도 큰 변화가 있었으며, 그 중 하나는 내가 공부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Conductive Education)도 특수 학교의 한 분류로서 그 때부터 정부 및 민간 차원의 지원이 많이 감소돼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실례로 100여 개에 달했던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을 기본 교과 과정으로 했던 학교가 현재는 30여 개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지속됐던 통합 교육도 지난 3월에 발표된 정부의 특수 교육 제안서 (Green Paper)에 따르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창 통합 교육의 열기가 뜨거웠던 90년대 초에는 통합 교육이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특수 학교의 문제점을 다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통합 교육을 실시한 결과는, 학교 시설, 교과 과정, 교사 자질, 장애를 보는 사회의 시각 등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학부모, 학생, 그리고 일선 교육 현장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이 야기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애를 가진 많은 아이들이 일반 학교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중, 고등 과정을 위해 특수 학교로 돌아오거나,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정부 제안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에 하나로 학부모에게 자녀들의 학교 선택에 있어 보다 많은 자율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장애 아동의 거주 지역이 학교 선택의 우선 고려 사항이었으나, 이제 부터는 부모가 원하는 학교가 있을 경우, 그것이 특수 학교이든 일반 학교이든 관계없이 아이가 특수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부모의 선택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침체됐던 특수 학교가 새로운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자율권 증대의 일환으로 사립 특수 교육 기관의 양성과 자율 학교 (Free School, 아이들의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학교)의 설립을 민/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부모의 의지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경우 아이들을 위해 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찾는 부모의 선택에 따라 때로는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에 제안된 정부 보고서를 보면 그 동안 발생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특수 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특수 교육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통합 교육은 단순히 아이들의 특수 학교에서 일반 학교로의 공간적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통합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비장애 학생들의 학부모 및 장애 아동의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수 교육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확보와 정부의 과감하고도 꾸준한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 사항이 될 것이다.

작성자배상억  jf6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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