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 도입의 의미와 준비해야 할 과제
본문
2011년 2월 18일 성년후견인제도 도입이 담긴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민법은 행위무능력제도에 일대 변혁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 법안은 2~3년의 준비기간이 지난 후인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는 2002년 지적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관 부모들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사후 장애를 가진 자녀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 강구와 신상보호가 가능한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를 추진하던 부모들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찾았고, 연구소는 성년후견제도 연구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2년간의 연구결과물을 토대로 2004년 관련 시민사회 단체에 성년후견인제도 도입을 위한 연대 기구를 제안했다. 이 연대기구에 참여한 단체는 장애인단체, 노인단체 그리고 전문가 단체 등이었다.
성년후견추진연대기구의 노력의 결실로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3개의 법안이 제출되었다. 2006년 8월 28일에 발의한 성년후견에 관한 법률안(이은영 의원)과 대법원에서 법안을 마련하여 2006년 12월 7일에 발의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그리고 성년후견추진연대안인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장향숙 의원)이 2007년 11월 22일에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18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자동적으로 폐기되었다. 18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법무부에서 법안을 마련하여 2009년 공청회를 하면서 의견을 수렴한 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였고, 성년후견추진연대에서 마련한 법안도 2009년 11월 27일 공청회를 거친 후 박은수 의원을 통해 발의하였고 결국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성년후견제도 관련 현행제도의 문제
우리나라 민법은 모든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미성년자와 한정치산자, 금치산자의 경우에는 그 법률행위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게 함으로 권리능력의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러한 행위무능력제도는 선의로는 이들의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부담을 덜어준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성인행위무능력자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로 법원에서 선고 받은 경우인데, 이는 심신이 박약하거나, 재산의 낭비로 자기나 가족의 생계를 궁박하게 할 염려가 있을 때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후견인 또는 검사의 청구를 형식적인 요건으로 하고 있다. 첨언하면 본인이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에도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로 선고를 받게 되면 일률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잔존능력을 일축하고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채, 획일적이고 전면적인 능력의 박탈 내지는 제한을 할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8조 1호 및 제19조 1호에 의해 피선거권은 물론이고 선거권도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수많은 법률에 의해 법적 무능력자를 양산시키게 된다. 다시 강조하면 행위무능력자로 선고 받은 이들은 본인의 이름으로 어떠한 계약도 할 수 없게 된다. 부동산이 있다고 해도 사실상 이를 처분할 권리는 후견인에게 있다. 자신의 돈을 후견인이 막 사용해도 아무 주장도 할 수 없고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길이 없다.
성년후견제도 도입 배경
첫째,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농촌의 경우 고령화율이 34.1%여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지역적으로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2026년이 되면 전국적으로 20%를 넘게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전통적인 가족기능인 가족 간의 보호기능이 작동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하게 사는 것은 아니므로 질병이나 치매 등 고령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이다.
둘째,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재산권과 신상감호에 관한 대책의 일환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부부만의 가정이나 배우자와 독거노인의 생활기간이 길어지고, 정신장애인과 지적 장애인의 평균수명이 길어져 혼자 생활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발서비스가 필요해지고 있다.
성년후견제도 개괄
1)성년후견 분류
가정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시작되고,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에 따라 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 특정후견인 순으로 구분하는 다원론을 채택하고 있다. 후견인의 수는 피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한 사정을 고려하여 여러 명을 둘 수 있고, 법인도 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
2) 성년후견인의 직무 제한
피성년후견인의 치료 등의 직무(정신병원, 다른 장소로의 격리 등)에 대해서는 성년후견인이 결정할 수 없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하여 피성년후견인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 또는 대지에 대하여 매도, 임대, 전세권 설정, 저당권 설정, 임대차의 해지, 전세권의 소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3) 성년후견인의 선임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의 직권 선임, 또는 피성년후견인,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후견계약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자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임의후견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임의후견인으로 선임된 경우라도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 자인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 본인,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임의후견인을 해임할 수 있다.
4) 성년후견인의 결격사유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 피임의후견인, 회생절차개시결정 또는 파산선고를 받은 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刑期) 중에 있는 사람,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 법원에서 해임된 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 특정후견인, 임의후견인과 그 감독인,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였거나 하고 있는 자 또는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등은 성년후견인이 될 수 없다.
5) 성년후견인 변경
성년후견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임할 수 있고,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또는 피후견인, 친족, 후견감독인,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 후견감독인
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하며, 후견인이 없는 경우 성년후견인의 선임을 청구하는 역할을 하는 후견감독인을 두도록 하고 있다. 후견감독인은 피후견인의 신상이나 재산에 대하여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행위 또는 처분을 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과 피후견인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에 관하여는 후견감독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행위로는 영업에 관한 행위, 금전을 빌리는 행위, 의무만을 부담하는 행위, 부동산 또는 중요한 재산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소송행위, 상속의 승인, 한정승인 또는 포기 및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협의 등을 명시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의 정착을 위한 과제
1) 무재산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지원책 강구
피후견인 선고시 정신감정 등 비용이 필요하고, 후견인 후견감독인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사람은 이 제도를 이용하기가 어렵게 된다. 일본의 경우 복지 지원의 일종으로 가정재판소 중심의 성년후견제가 저소득 계층의 이용이 힘든 점을 감안하여 등기수수료, 감정비용, 후견인의 보수 등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성년후견제도이용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저소득계층의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용부담 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2) 성년후견제도 시행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적절한 역할
법무부는 성년후견제도의 주무부서로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성년후견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총괄 지원을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후견인 및 후견감독인 양성을 위한 교육 메뉴얼 제작의 지원, 성년후견제도 이용지원 사업으로 후견인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홍보, 무재산자 등 국가지원이 없으면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이들의 후견비용 지원, 후견제도신청에 필요한 경비 등의 일부지원 등을 지원하는 성년후견 공적지원제도 실시해야 한다.
법원은 성년후견제도의 실제적인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며, 성년후견 신청을 받고, 법원 소속 조사관의 사실 조사를 통해 피성년후견인과 성년후견인 후보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각 시 도 또는 군 구청에서는 성년후견제도 관련 이용지원 사업을 직접 담당한다.
3) 성년후견인 양성
성년후견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시민성년후견인 양성이 있어야 한다. 시행 초기에는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핵가족화가 심화되어 가는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제3자의 성년후견인의 활용은 불가피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전 인구의 1%에 상당하는 사람들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한다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약 500여만 명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한 성년후견인 양성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법률적 사항 등에 익숙해야 한다는 점에서 후견사무에 요구되는 법률지식과 경험, 직업윤리를 갖춘 변호사와 법무사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성년후견인 양성을 위해 보수교육을 통한 양성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가는 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의하여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특히 재산관리 등 계약상의 불이익을 막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신상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사회계약 관계에 있어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그리고 치매로 인한 사람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이 제도의 대상이라고 본다(임의후견인 제도). 그렇다면 성년후견인제도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제도차원에서 이해하고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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