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개혁 없이 인권위를 무력화하는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 규탄한다 > 대학생 기자단


근본적 개혁 없이 인권위를 무력화하는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 규탄한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성명서]

본문

상임위를 무력화하여 인권위는 표결만 하는 거수기관으로 만들려는가!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인권위 공동행동)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 상황이 후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자기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위가 또 하나의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 금요일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일부개정안”을 긴급 상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원래 상임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되어 있는 것을 “상임위원 2인 이상 또는 위원장이 사안의 내용이 중대하거나 파급효과가 커서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해당 안건을 전원위원회(이하 전원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긴급인권현안에 대한 의견표명/권고 권한을 상임위원원회에서 전원위로 이관하게 된다.

전원위를 표결기관으로 만들더니 긴급인권현안에 대한 발언까지 금지시키려하는가.

얼핏 보면, 상임위원회의 의결 안건 중 중요한 것을 인권위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윈위원회로 이관하는 개혁적인 안으로 보이지만,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인권위 공동행동’에서는 그동안 인권위 전원위를 정기적으로 방청하고 모니터해왔다. 전원위에 출석한 위원들 중 일부는 인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무책임하고 반인권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심지어 안건에 대한 숙지도 제대로 안한 채 출석하는 등의 불성실함까지 보였다. 그럼에도 의결과정에서는 반인권적인 결정에 표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인권위를 무력화시키는데 일조해왔다. 이러한 현실에 책임을 느껴야 할 비상임위원들이 상임위 운영이 ‘파행적’이라며, 그 권한을 전원위로 이관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더욱이 ‘개정안’에서 상임위원의 파행적 결정으로 언급된 사례들은 인권위가 내린 결정 중 그나마 인권적인 결정이라고 평가받는 것들이다. 이번 개정안의 배경으로 문제 삼고 있는 방송통신위 심의’에 대한 권고, ‘양천서 고문사건’, ‘알몸투시기의 반인권성’에 대한 의견표명이 김태훈 위원을 비롯한 안건상정 위원들은 위에 열거된 사안들이 시민들의 인권침해요소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

긴급인권현안에 대한 의견표명 및 권고를 전윈위원회 의결사항으로 개정하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물리적으로 ‘긴급’ 현안에 대처하기 힘든 전원위의 현실 때문에 상임위의 권한으로 되어 있는 것을 굳이 전원위로 이관하려는 정당한 이유조차 없다.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매주 1회 열려 주요한 인권현안이나 긴급구제 사안에 대한 검토와 결정을 내린다.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의 쉽게 인권침해에 대해 알리고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권위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오히려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위가 시급한 인권현안에 대해 민첩하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음을 문제 삼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인권위 전원회의가 월 1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한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인권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상임위가 내려온 몇몇 친인권적 결정의 의미조차 부정하고, 인권위의 본래 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현실의 인권위 파행을 권한 배분의 형식 때문에 생긴 일인양 왜곡하지 마라.

인권위 파행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어설프게 상임위-전원위의 기능 배분을 개정하는 것에 있지 않다. ‘공동행동’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바대로, 제대로 된 인권위원들이 인권위원이 되어 우리사회 인권수준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인권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인선절차를 개선하여 무자격 인권위원들에 의해 ‘인권’이 모독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어떠한 운영개선방안도 현재의 인권위의 파행을 개선하는데 전혀 도움이 될 수 없고, 지금의 인권위 현실에서는 오히려 ‘개악’이다. 인권위는 졸속으로 진행되는 인권위 운영규칙 개악을 중단하고, 인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인권위의 ‘근본적인 개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0년 10월 25일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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