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사로잡는 가을 풍경을 시선에 담다
[보조공학 이야기] 사진촬영용 보조기구
본문
휠체어를 사용자, 그 중에서도 척수장애나 근육장애, 뇌병변 장애 등으로 인해서 손 기능도 불편한 경우 카메라를 손에 들고 원하는 쪽으로 렌즈를 향한 상태에서 셔터를 눌러주는 일이 생각같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한쪽 손 정도만 불편할 경우 다른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사진을 찍어보면 누구나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고정이 된 상태에서 셔터가 눌려야 사진이 잘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때문에 셔터를 누르지 않는 다른 손으로 사진기의 아래 쪽이나 혹은 다른 팔을 받쳐준 안정적인 자세에서 사진을 찍는데, 손기능이 불편해서 한 손만으로 사진을 찍으려다보면 손의 떨림 때문에 선명한 사진을 찍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찍는 사람의 장애 여부와 상관 없이 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느려지면 사진이 흔들림에 약해지기 때문에, 조명이 좀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삼각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휠체어를 사용하시는 경우 삼각대의 다리를 모두 펴서 세우고 나면 정작 휠체어가 삼각대에 부딪쳐서 카메라에 접근하고 조작하는 게 어려워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카메라의 뷰파인더나 액정 화면을 통해서 현재 잡혀 있는 피사체의 구도나 색감, 초점 같은 것을 모두 고려하고 촬영해야 하는데,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삼각대를 사용하려면 사진기 가까이에 얼굴을 가져갈 수도 없고, 셔터를 누르기 위해서 손을 대기도 힘든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몇 몇 관절 부위의 레버들을 조이고 풀어주는 것으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관절이나 구부러지는 재질의 스탠드 각도를 꺾어서 마이크를 입에 가깝게 가져다 대듯 카메라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주면 휠체어 사용자들이 카메라를 쥐는 동작 없이 사진의 구도를 맞출 수 있다. 휠체어 팔걸이 같은 곳에 단단히 고정된 마운팅 장치가 삼각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흔들림이나 떨림에 강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셔터를 누르거나 줌과 같이 카메라를 조작하는 동작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 카메라 기종에 따라서 활용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캠코더의 경우에는 외부 리모컨을 연결하는 단자가 있어서 이 단자를 활용해서 셔터와 줌과 같은 몇 가지 동작들을 손을 카메라에 대지 않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작동을 시킬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리모컨 스위치를 사용자의 특성에 맞는 스위치로 개조하면 더욱 쉽고 편한 동작들만으로도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외국에서 활용되는 좀 더 발전한 마운팅 장치에는 카메라의 각도나 높낮이를 조절하는 마운팅 부위에 모터가 연결된 작동 리모컨을 장착해서 간단한 동작으로 카메라를 건드리지 않고도 원하는 앵글과 구도를 맞출 수 있게 해주는 보조기구까지도 나오고 있다.
틸팅과 패닝과 같은 기능까지 지원되는 카메라 고정 마운팅 장치는 아직 국내에 소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휠체어에 삼각대처럼 고정할 수 있는 마운팅 장치는 국내에서도 구하거나 간단한 개조를 통해 활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셔터와 줌 기능을 무선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종의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한다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사진실력을 뽐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물론 피사체와 구도를 결정하는 것은 찍는 사람의 몫으로 여전히 남겨지겠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어떻게 담을까를 고민하는 일임을 생각해본다면, 아름다운 가을에 남겨진 과제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작성자남세현 (한국장애인개발원 편의증진팀)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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