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덕티브 에듀케이션과의 만남
[해외의 장애인] 준현이네 집 영국 이야기
본문
내가 공부하고 있는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Conductive Education)과 만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지난 2005년, 준현이가 만 7살 때 우리 가족이 뉴질랜드에 1년간 머문 적이 있었다. 나와 아내는 그곳에서 준현이가 틀림없이 좋은 교육과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입학상담을 하기 위해 집근처의 특수학교를 방문했다.
▲ ⓒ배상억 |
그 후 교장선생님이 소개한 사립 교육시설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버린 컨덕티브 에듀케이션 웰링턴(Wellington) 센터였다.
그곳은 한 초등학교 안에서 교실 두세 개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자선단체의 보조를 받으며 장애아동들이 사교육으로 이용하고 있는 재활교육시설이었다.
약간 다른 악센트의 영어로 자신을 컨덕터(Conductor: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의 지도 교사)라고 소개한 언도어(Andor)선생님을 그곳에서 만나게 됐다. 참고로 언도어 선생님은 동유럽의 헝가리 출신이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준현이의 신체 능력 평가 동안 나와 아내는 준현이를 다루는 언도어 선생님의 능숙하고 탁월한 핸들링에 감탄하며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을 감사했다.
그리고 더욱 감동했던 일은 첫 날에 평가를 마친 후, 언도어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준현이를 잡고 한 발짝씩 걷게 하는 것이었다. 목도 완전히 가누지 못하고 혼자서 앉지도 못하는 준현이가 걷는다는 것은 그때까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 ⓒ배상억 |
준현이는 언도어 선생님과 매일 걷기연습을 하면서 불과 몇 달 만에 보조기구인 워킹프레임(Walking frame)을 사용해 드디어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보조기를 이용해 혼자 걷던 날, 준현이는 마치 날개를 단 듯이 기뻐하며 땀을 흘리기까지 열심히 걷고 뛰었다. 그날은 우리가 준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최고의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을 통해 준현이가 경험한 일 중에 또 하나는 컨덕터의 체계적인 부모교육과 지도를 통해 태어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잠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힘들었지만,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울지도 않고 혼자 잘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화장실에서 자세유지가 가능한 보조변기를 이용해 배변훈련을 시작한 일도 큰 변화 중의 하나이다. 그 덕분에 지금은 아주 규칙적으로 화장실에서 혼자 배변을 한다. 나는 준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면서 준현이의 재활교육에 대해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처럼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에서는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생활 속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부모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 ⓒ배상억 |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에서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그룹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대인관계와 사회성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흥미를 유발시켜 자신들의 문제해결에 있어 보다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도록 지도한다. 또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에서 사용하는 운동기능 향상 프로그램인 태스크 시리즈(Task series)는 먹기·입기·배변·이동·걷기·놀이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동작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컨덕터의 체계적인 지도 아래 이루어진다.
준현이는 1년간의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더욱 밝고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감동은 그 전까지 전혀 다른 일을 해왔던 내가 남은 삶을 직접 컨덕터가 되어서 컨덕티브 에듀케이션을 한국에 전하겠다는 결심과 실천으로 이끌게 되었다.
배상억: 영국에서 ‘전인적 통합 특수교육(conductive education)’ 시스템을 전공하고 있다.
작성자배상억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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